"지방·설탕 많은 식품에 비만세 물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비만을 초래할 수 있는 식품에 '비만세(fat tax)'를 물리자는 주장이 영국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옥스퍼드대 공중보건 연구팀은 '유행병과 공중보건 저널'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지방.설탕.소금 함량이 높은 음식에 17.5%의 부가가치세(비만세)를 매기자"고 제안했다고 BBC방송이 12일 보도했다.

그러면 소비가 줄어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 심혈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1.7%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사망률을 이만큼 낮추면 매년 32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 비만세를 부과하자는 제안은 2004년에도 제기됐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비만세는 건강한 음식 습관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을 잃게 할 수 있다"며 "영국인들은 정부가 보모처럼 국민의 개인 생활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대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논의가 중단됐다.

그러나 옥스퍼드 연구팀은 건강에 해로운 식품 가격이 인상될 경우 수요가 어떻게 감소하고, 대신 어떤 음식을 찾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들을 이용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에만 지방세를 도입하면 소비자들이 대신 소금 함량이 높은 식품을 찾을 수 있으므로 지방세 부과 식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마이크 레이너 박사는 "건강에 해로운 식품엔 세금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에 이로운 식품에 대해서는 국가 보조금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련 단체들은 이런 세금 도입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심장재단은 "심장병 사망자 가운데 30%는 고지방 식품 과다 섭취가 원인"이라면서도 "그러나 비만세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이 세금으로 관련 질병을 줄일 수 있다는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