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ㄱ대통령 닮은 연기자 "득도 많고 실도 많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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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력자와 빼어 박은 듯이 닮은 얼굴은 연기자에게 복일까, 화일까.
MBC-TV 드라마『제3공화국』에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역을 나란히 맡은 탤런트 이진수(55)·박용식(48)씨는 흡사한 용모때문에 두 대통령의 배역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인물들.
그러나 자신들의 용모때문에 한 사람은 덕을 톡톡히 본 반면 또 한사람은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는 점에서 아이로니컬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복사판인 이진수씨는 연극계에서는 중견배우였지만 TV탤런트로는 별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닮은 얼굴 덕분에 MBC TV드라마 『제2공화국』과 『땅』에서 박정희역으로 캐스팅되면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행운을 잡았다.(이진수씨 자신은 박정희역으로 스타가 된 것은 좋지만 이미지가 굳어버려 연극이든 드라마든 박정희 이외의 역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연기자로서는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애로를 털어 놓고 있다).
이에비해 박용식씨는 전두환 전대통령과 닮은 벗겨진 머리때문에 7년동안 거의 활동을 중지해야 하는 불운을 겪어야했다.
『80년 언론통폐합 직전 전두환씨가 국보위위원장으로 있을 때였어요. 당시 제가 몸담고 있던 TBC의 간부가 앞으로 방송출연을 못하게 됐으니 그리 알라고 했어요. 그 후 2년동안은 전혀 방송출연을 못했지요』
그 후 박씨는 당시 KBS이원홍 사장과의 독대끝에 가발을 쓰고 출연한다는 조건으로 겨우 방송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출연 정지됐을 때는 전대통렁 원망도 많이 했지요. 마침 부업으로 방앗간을 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생계가 막연할 뻔했어요』
그러던 박씨가 가발을 벗고 본 모습을 찾은 것은 88년부터. 이후 91년에는『땅』에서 백담사에 있는 전두환씨의 역할을 맡았고 지난달 28일에는『제3공화국』에서 서울대 ROTC교관으로 있으면서 박정희를 찾아가 육사생도의 쿠데타 지지 시위를 약속하는 청년 전두환으로 잠깐 모습을 비쳤다.
앞으로도『제3공화국』에서 하나회 사건을 비롯, 대여섯번정도 더 등장하게 되는 박씨는방송출연 정지의 원인 제공자인 전두환씨 역을 맡게된 기분을 묻는 질문에 『닮은 얼굴 때문에 한동안 피해를 봤으면 덕도 좀 봐야 하지 않겠어요. 앞으로 비중이 큰 전두환씨 역에 계속 캐스팅 될 것 같은데 그게 보상이지요』라며 웃는다.
박씨는 91년 전두환씨와 연희동자택에서 면담하면서 전씨로부터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됐다』는 사과를 받은 뒤부터 묵은 감정따위는 전혀 없다고 한다. 전씨측에서도 가끔 비서관들이 박씨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거는가 하면 지난 설날에는 조그만 선물을 보내와 요즘은 닮은 얼굴때문에 악연으로 맺어졌던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은 인연으로 바뀌고 있는 인상.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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