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맛 씁쓸한 김 전시장 이임사/정형모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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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앞으로 똑바로 일을 하겠습니다. 오늘 이 시간부터는 잘못은 결코 허용·용인·묵인되지 않습니다.』
4일 오후 「최단명 시장」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퇴임한 김상철 전서울시장은 취임식장에서 『똑바로 일하는 것,이것이 국가의 녹을 먹고 세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똑바로…」「똑바로…」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6일후 김 시장은 자신이 저지른 「똑바르지 못한 행위」 때문에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야 했다.
『개인적인 문제로 개혁현장의 일꾼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이임사를 남기고 서울시를 떠났다.
김 시장은 그러나 떠나는 순간까지도 『개혁은 남을 비난하고 헐뜯는 것,과거의 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바르게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솔선수범해 일하는 것』이라는 자기변명을 남겼다.
과거의 잘못은 잘못이 아니라는 뜻인가. 과거의 똑바르지 못한 행위는 덮어놓고 「용인」「묵인」 해도 된다는 뜻인지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린벨트내 농지를 불법 형질변경해 정권으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이를 깨끗이 인정하고 물러서는 「당당함」「의연함」을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김 시장은 시장이기 전에 법을 공부하고 법의 올바른 집행을 위해 활약해온 변호사 출신이었기에 더 더욱 그렇다.
김 시장이 서울시를 떠난 4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는 또다른 이임식이 열렸다.
32년간 서울시에서 비교적 깨끗이 일해왔다는 평을 들어온 백상승부시장의 이임식.
『서울시를 떠나더라도 서울시를 홍보하는 홍보요원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떠납니다.』
쓸쓸했던 김 시장의 이임식과는 달리 백 부시장은 동료·후배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정들었던 집무실을 떠났다. 공직자의 자기관리와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케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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