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창기 식 바둑규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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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순국산 서봉수 9단과 「바둑의 미학사」 오타케 9단이 우승을 다투는 제2기 응창기배 결승 5번 승부의 제1, 2국이 3월9일과 11일 제주도 하얏트호텔에서 두어진다.
우승상금 40만달러가 걸린 이 큰 승부에 바둑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년 78세의 대만 재벌 응창치씨는 소문난 바둑 광이다.
『어려서부터 바둑을 잘 두셨으면서도 프로기사로 나가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너무 가난하여 돈을 벌어야만 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돈이 모아졌으므로 못 이룬 프로에의 꿈을 달랠 겸 바둑계를 위해 투자하는 것입니다』는 대답이다.
응창치씨는 「응창기배 세계청소년바둑대회」 「세계컴퓨터바둑대회」 등 각종 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자신이 창안한 전만법이라는 이름의 바둑규칙을 연구·전파하기 위해 「응창기바둑교육 기금회」를 설립하는 등 약 3전만 달러에 달하는 사재를 쾌척, 전 세계 바둑계를 놀라게 한바 있다.
응창치씨는 세계 제일의 스폰서임에 틀림없지만 고집도 대단하다.
그 옹고집은 누구도 꺾을 수 없다.
ⓛ자신이 주최하는 모든 대회는 꼭 전만법을 적용함.
②중국 천안문 사건 때 피킷을 들고 앞장섰다가 미국으로 탈출한 장주주 9단과 그의 부인 네웨이 9단을 참가시켜 중국기사들이 불참함
③초읽기를 없애고 말하는 시계를 등장시켜 30분 초과마다 두 집씩 총 6집까지 벌점을 가함
④모든 참가선수는 국가 명 대신 출신지 명을 표기토록 함. (이 역시 중국 측이 크게 반발)
⑤결승 5번 승부에 홈앤드어웨이 방식을 적용치 않음
⑥한번 개최한 도시의 중복개최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함 (그래서 4년 전 서울에서 4강전을 치렀으므로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갖게된 것임)
⑦공제를 8집으로 함.
이상이 한 중 일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시킨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번 결승 5번 승부도 ⑤항에 언급했듯이 제1, 2국은 제주도에서 두지만 나머지는 일본의 어느 도시 아닌 싱가포르에서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일본측으로서는 불만스럽겠지만 당사자인 오타케 9단은 대범한 성품인데다가 평소 『스폰서는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 프로기사들은 모름지기 그 고마움에 보답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역설하는 사람이어서 시시콜콜 따지지 않겠다는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봉수 9단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량이 향상 된데다가 컨디션도 좋아 우승 전망이 밝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국PC통신에서는 컴퓨터 온라인으로 이 결승전을 전국에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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