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다 한 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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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와대가 11일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제기한 청와대 정치 공작설을 "야비한 정치 행위"라고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중앙선관위에 대한 질의서 전문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이 질의서를 6월 29일 선관위에 보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질의서에 실린 발언을 할 경우 선거법 위반인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판단하기를 거부했다.

질의서에서 청와대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진영이 위장 전입 의혹과 대운하에 관한 문건 유출에 관해 청와대가 개입한 공작이라는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청와대는 기자회견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부당성을 지적하고자 하는데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가 사례로 적시한 발언들은 다섯 가지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청와대 공작설을 제기하는 건 그 자체가 국민을 속이려는 야비한 정치 공작"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특히 이 후보와 박형준.진수희 대변인이 청와대 공작설을 제기한 발언들을 일일이 열거한 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 같은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행위"라며 "사과하고 중단하지 않으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질의서는 또 "이 후보가 청와대 공작설을 제기한 것은 그에게 제기된 의혹과 정책에 대한 검증을 회피하기 위한 얄팍한 술책"이라며 "검증을 덮어버리기 위한 이 후보의 술수는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의 입을 막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이 후보는 근거도 없는 공작설로 검증을 회피할 게 아니라 성실하게 사실을 밝히고 정책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또다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4년 반 동안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와 음모설 제기는 그 도를 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지난날을 반성하고 공작정치.술수정치를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 또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발언도 질의서에 담았다.

청와대가 질의서 전문을 공개한 데 대해 선관위가 사실상 노 대통령의 발언을 금지한 조치를 어긴 행위란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결국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이란 얘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두 번에 걸친 선관위의 경고 조치를 받고 선관위에 질의서를 보낸 건 무차별적인 중상모략에 대해 최소한의 방어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선관위의 답변 거부는 대통령에게만 단호하고 경고에 준하는 조치를 내린 일관성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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