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이탈 막으려 금리 올리지만 은행들 죽을 맛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은행의 '1급 지점'들은 전통적으로 서울 4대문 안과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했다. 예금과 대출 규모가 크고 이익률도 높았다. 굵직굵직한 기업이 단골 고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1급 지점이 일산.분당.오산.용인.수원 같은 신도시 인근 지점들로 대폭 물갈이됐다. 기존 1급 지점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신도시 인근 지점들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춘우 우리은행 채널관리팀 부부장은 "기존 대형 지점들은 갈수록 수익률이 줄고 있다"며 "새로운 상품과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신도시 인근 지점들에 마케팅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은행들이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 규제로 최대 수익원이던 주택담보대출이 막히고 은행 예금이 증권사의 CMA로 이탈하는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예금 이탈을 막고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최근 영업점 성과평가지표의 수신 부문 점수를 종전 40점에서 80점으로 두 배 높였다. 우리은행은 또 증권사 쪽으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전 직원에게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은행들은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고금리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일 인터넷 이용빈도가 높은 신세대를 겨냥해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하는 'e-파워통장'을 출시했다. 연 5% 금리는 이 은행의 일반 정기예금보다 0.6~0.7%포인트 높은 것이다.

신한은행은 증시로의 자금 이탈이 증시 호황에 따른 것인 만큼 은행 계좌 하나로 은행 실적을 쌓으면서 주식거래도 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고객들이 돈을 빼내 증시로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다.

SC제일은행도 지난달부터 1만기 정기예금인 '더블플러스 통장'에 대해 최고 연 5.3%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수협은행은 10일까지 금리 5.2~5.35%인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했다.

아예 은행이 증권회사를 인수합병해 덩치를 키우려는 물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은행.농협 등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매물로 거론될 때마다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자금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서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 빅뱅을 맞아 증권.투자은행 부문을 키워 종합금융회사로 변신하겠다는 포석이다.

김창규 기자

▶ [Money] 상반기 '왕따' IT, 주도주로 주목…코스피 상승률 웃돌아

▶ [Money]
"콜금리 올렸다구?"…돈줄 조여도 코스피 꼿꼿한 상승세

▶ [Money] 2000P 고지 눈앞 … 돈도 사람도 몰린다

▶ [Money] '슈퍼개미' 황순태씨 1년만에 20억 차익

▶ [Money] "1900 돌파했지만…" 펀드매니저들 '찜찜'한 이유

▶ [Money] 한은, 콜금리 11개월 만에 인상…시장선 벌써부터 "...

▶ [Money] 급속한 돈 쏠림 … '금융 빅뱅'오나

▶ [Money] 자금 이탈 막으려 금리 올리지만 은행들 죽을 맛

▶ [Money] 펀드 수탁고,사상 최대치 돌파 '초읽기'

▶ [Money] 대한민국, 8년 만에 주식투자 열기로 '후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