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하다|핵 개발 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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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의 핵 개발능력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북한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핵사찰을 거부, 핵 시설이 다시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밝혀진 북한의 핵 시설은 영변의 원자력 발전소, 평산·박천의 우라늄 정련시설 등 모두 16개에 이른다.
특히 영변에는 65년에 도입한 IRT-2000원자로, 86년부터 가동중인 5메가W 원자로, 현재 건설중인 50메가W 원자력발전소 외에도 핵연료 제조시설, 방사화학 실험실 등 주요 핵 시설이 모여있다.
또 태천에는 2백 메가W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이고, 평양에는 김일성 대학의 준임계 시설과 원자력발전소 3기가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평양의 임계로와 영변의 IRT-2000원자로는 78년부터 IAEA의 사찰을 받고 있어 비교적 명백히 밝혀진 상태.
그러나 영변의 5메가W 원자로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 할 경우 핵무기 1개를 충분치 생산할 수 있는 연간 7∼8kg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한때 발전터빈을 공개하는 등 단순 발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원자로는 다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기에 안성맞춤인 영국 콜더홀 형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95년 완공예정인 영변의 50메가W 원자력발전소도 연간 18∼50kg의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미국 CIA는 북한의 이 같은 핵 시설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평가절하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90년3월 핵 개발과 직접 관련을 맺는 플루토늄을 소량 (g단위) 추출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 의혹을 증폭시켜왔다.
이와 관련,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은 영변에 건설중인 방사화학 실험실이 핵 재처리 시설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87년 착공한 이 실험실은 길이 1백80m, 높이 5층으로 80%정도 완성됐으며 실험기구 및 장비는 40%정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북한은 이 시설 건설 이전에 소규모 실험실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 시설은 IAEA에 산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컨대 최근 북한이 IAEA에 제시한 플루토늄과 핵폐기물의 샘플을 분석한 결과 한가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 받침한다 하겠다.
따라서 북한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플루토늄과 그 생산능력·경험을 가지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이 핵사찰을 마냥 거부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시설·물질 등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많다.
북한이 IAEA 최초 보고에서 영변의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등 2개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음미해볼 대목이다.
당시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시설은 사찰 결과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핫셀을 가지고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면 북한의 핵무기 제조능력은 어떠할까. 핵무기를 만드는데는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추출을 통한 방법 등 두 가지가 있는데 전자에 소요되는 기술과 엄청난 전기 등을 감안해 볼 때 북한은 후자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라크와 같은 전자장 동위 원소 분리기나 소규모 가스확산법 등을 채택,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개발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핵 시설과 플루토늄을 추출한 사실에 비춰 북한은 사용 후 핵연료·핵폐기물에서 추출하는 플루토늄탄을 개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더구나 북한은 플루토늄탄의 핵심기술인 내 폭 실험을 거쳐 이미 핵뇌관 개발을 완료했으며 운반수단으로 사정 1천km에 달하는 스커드미사일 「노동1호」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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