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에 농촌 큰타격/값싼 중국농산물 전국 휩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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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팔데가 없다” 농민들 아예 재배포기도
황사현상처럼 밀어닥치는 중국대륙의 농·수·축산물 홍수에 국내 농어촌 경제가 파탄상태다.
참깨·잣·대파값 파동에 이어 흑염소·미역까지 중국산에 밀려 값이 폭락하고 판로조차 제대로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무분별한 수입경쟁에다 유통구조상의 허점이 겹쳐 국가경제의 일각이 무너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부 농어촌에서는 생산포기 현상까지 일어 봄을 앞둔 농어민들은 생기를 잃고 있다.
심지어 두릅(두릅나무애순)·토란줄기까지 마구잡이로 수입하고 값싼 중국산들이 국내산으로 둔갑,비싼 값으로 팔리는 일이 많아 농어민들이나 소비자들이 보는 피해는 더욱 크다.<관계기사 9면>
◇파탄요인=경북도가 18일 9개 주요 농산물을 표본으로 조사한 국내산과 중국산의 농산물 도매시장 가격비교(1㎏ 기준)에 따르면 표고버섯은 중국산이 1천6백40원으로 국내산의 1만2천6백67원에 비해 8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등 조사대상 품목 모두 가격면에서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참깨는 국내산(7천9백10원)에 비해 중국산(7백10원)이 11배나 헐했고,미꾸라지는 국내산(1만3천원)이 중국산(1천8백40원)보다 7배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고추(6백g)와 고사리도 중국산이 각각 1천3백30원과 2천4백50원으로 국내산의 5천7백원이나 1만2천1백원에 비해 4∼5배나 싸다.
심지어 인삼의 본고장인 금산에까지 파고든 중국 인삼중 홍삼 6년짜리 1등품의 경우 30뿌리를 기준,1만1천원에 불과해 금산산 27만2천8백원의 2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수삼은 1갑(30편 들이 7백50g)에 금산산이 1만8천원인데 비해 중국산은 5배 정도나 싼 3천8백원에 팔리고 있다.
◇생산포기=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고랭지 감사 재배농 2백54가구는 지난해 『1백98㏊에서 3천2백80t을 생산해 냈으나 중국산 감자로 인해 값이 폭락한데다 판로마저 막혀 20일 현재 30% 정도인 9백80t밖에 처분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올해는 재배를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농민들은 『정상가격으로는 20㎏ 한상자에 1만원 안팎 하던 것이,중국산 감자가 수입되면서 서울 전분공장들이 수송비까지 농민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5분의 1값도 안되는 상자당 1천8백원을 제시해 팔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 우려=소비자들의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역시 고가품인데다 약효가 무엇보다 중요한 인삼이다.
중국산 인삼의 경우 금산 등 국내산으로 둔갑,비싼 값에 팔리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이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어 약효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을 비싼 값에 사먹는 피해를 보고 있다.
금산군이나 금산인삼조합측은 『주로 서울 경동시장을 비롯해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있으나 중국인삼이 실제로 금산인삼시장에까지 침투해 있음을 상인들은 솔직히 시인하고 있을 정도다.
이외에도 중국산은 우리농산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유사성 때문에 판매업자들이 양심껏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으면 속임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돼 있다.<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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