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중국어 학습 열기에 중국, 어학교재 수출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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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왕징(望京)지역. 5일 이곳에 위치한 '베이징 국제 우편물 처리센터'에서는 한국으로 보낼 우편물 분류 작업으로 분주했다. 우편물의 대부분은 다름 아닌 중국어 학습 교재들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중국어 동화책에서부터 중국어와 한국어로 병기된 중국 문화나 역사에 관한 인문 교양 서적까지 다양했다. 일상 중국어 회화가 적힌 포커도 들어 있었다. 이날 한국으로 나간 중국어 교재는 200여 상자로 무게는 6t이나 됐다. 이들 교재는 서울의 공자학원(孔子學院)을 비롯해 대형 중국어학원을 통해 판매된다.

세계적으로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면서 중국이 만든 중국어 교재들이 지구촌 곳곳으로 수출되고 있다. 10일 베이징 청년보(靑年報)에 따르면 해외로 수출되는 중국어 교재는 연간 200t을 넘는다. 중국어 교재 관련 우편물은 연간 처리 건수가 40만 건을 넘어섰다. 중국어 교재까지 급증하는 중국의 수출과 무역흑자에 한몫 톡톡히 거들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 국제우편물 처리센터 관계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로 나가는 우편물은 편지와 홍보물이 주류였는데 2003년부터는 중국어 교재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학습교재가 우편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보는 "중국어 교재 수출 증가 현상은 전 세계에 일고 있는 중국어 학습 열기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2007년 세계 한학(漢學)대회'에서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수는 최근 6년간 10배가 늘어났다. 한 예로 동부의 명문대학인 프린스턴의 경우 지난해 중국어 강좌를 선택한 학생이 50%나 급증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6년 동안 중국어를 선택한 중학생 수가 중국어를 제외한 다른 4개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보다 많았다. 중국의 정치.경제 파워가 커지면서 중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 보급 노력도 이런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다. 중국 정부 기구인 '대외 한어(漢語) 보급 영도 소조'는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공자학원을 공격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현재 50여 개국에 150곳의 공자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말까지 이를 2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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