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배역-주제가로 히트|관객 1백만 돌파 『보디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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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영화 『보디가드』(사진)가 상영 두 달만에 서울개봉관에서만 1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3년 전에 경이적인 흥행성적을 올렸던 『사랑과 영혼』에 육박하는 관객 동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호평보다 혹평을 많이 받았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관객들은 끊이지 않고 극장 앞을 메우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할리우드 오락영화에 쉽사리 매혹되는 관객들의 경박함을 나무라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직배 영화에 대한 무신경을 탓하기도 한다.
사실 냉정하게 보자면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상업영화로서도 그리 잘 만든 작품이라 보기는 어렵다. 인물의 성격화도 어설픈데다 이야기 구조도 꽉 짜여지지 못한 채 엉성하게 풀려 있다. 이런 유의 영화에서 필수적인 극적 긴장감 조성에도 실패하고 있다. 약간의 비아냥거림이 섞이긴 했지만 해외 토픽이 전하는 대로 「요즘 보기 드문 우작」이란 평가가 순전히 과장만은 아니다. 무려7천5백만 달러란 막대한 제작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것을 놓고 대중들의 천박한 문화의식을 탓하는 것은 옳긴 하지만 안이한 엘리트주의가 아닐까. 왜 1백만 명이 넘는 청춘남녀들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사이비 환상을 위해 기꺼이 입장료를 지불하는가 하는 것은 찬찬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행사하는 대중적 전염력은 스타의 막강한 위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케빈 코스트너·휘트니 휴스턴이란 영화계·팝계 스타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지만 막상 영화 속에서 이들의 권능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케빈 코스트너의 스타 이미지와 영화 속의 프로 경호원 프랭크 파머가 잘 용해되지 않음에도 관객들은 이를 보지 못한다. 아니 못 본 체한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요짐보』를 62번이나 보았고 일본도를 애지중지 소장하고 있는, 말하자면 사무라이 적인 냉정한 직업윤리를 갖춘 인물이란 설정은 코스트너의 허여멀건 한 용모 속으로 삼투하지 못한다.
주제가의 성공과 뮤직 비디오 적인 이미지의 차용도 이 영화의 흥행 성공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언체인드 멜러디』가 없는 『사랑과 영혼』을 상상할 수 없듯이 『당신만을 사랑하겠어요』(I Will Always Love You)없는 『보디가드』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보디가드』의 성공은 할리우드의 흥행 전략에 이미 우리관객들이 상당히 길들여져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이 「어리석은」 영화는 역설적으로 대단히 교훈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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