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싸움에 112 왜 부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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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는 9일 일제히 이명박 후보 측의 소(訴) 취하를 요구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오후 경선관리위 회의까지 한결같았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 "(고소는) 신탁통치를 해 달라고 한 것"(강재섭 대표) "집안 싸움에 자꾸 112를 부르면 원만하게 해결될 것도 안 된다"(나경원 대변인)는 얘기도 나왔다. 검찰 수사로 경선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검찰의 정치 개입의 길을 터주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우려한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날 빅2(이명박.박근혜) 진영 모두를 비판했다. 박 후보 측을 향해선 "상대 후보의 의혹은 당 검증위에 조용히 제출토록 했는데 언론에 유출,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 측을 두곤 "국가 기관의 개입을 막기 위해 투쟁위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우리 스스로 (검찰에)운명을 맡기는 해괴망측한 행동을 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캠프에 있다"고까지 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후보 측이 실수, 감정적 대응을 해서 후보와 당의 운명을 검찰에 맡기는 꼴이 됐다"고 걱정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야당 후보들을 끌어내리기 위한 것에 아무 대책 없이 말려들고 있다"고 가세했다.

안상수 투쟁위원장은 이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소 취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투쟁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난 사임할 것"이라며 자리까지 걸었다.

검찰에서 "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당은 "(이 후보 측이 낸) 명예훼손은 소를 취하하면 공소권이 없어져 수사를 못한다. 그래도 (수사를)한다면 검찰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공작정치로 보고 검찰을 탄핵해야 한다"(안 위원장)는 입장을 내놨다.

고정애.이종찬 기자

◆'고소 취하' 진퇴양난=이명박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며 박근혜 후보 측 유승민 의원 등을 상대로 고소했다. 검찰은 김씨와 이 후보의 부동산 문제까지 수사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자 당 지도부는 "고소를 취하하라"고 이 후보 측에 요구했다. 이 후보 측은 고소를 취하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논쟁 중이다. 박 후보 측은 "당이 왜 이 후보 편을 드느냐"며 반발했다. 이게 고소 취하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진퇴양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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