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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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용(사진) LG전자 부회장이 비용 절감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그는 9일 서울 여의도 사옥 지하 차량 관리실을 찾아 낭비 제거 캠페인에 열심히 동참한 운전기사들에 격려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차량관리실 소속 운전사 13명은 주변에 값이 상대적으로 싼 주유소를 찾아 단체 할인 계약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간 45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절감했다. 운전기사 우병윤(55)씨는 “회사의 경비 절감 방침에 처음에는 뭘 기여할지 막막했지만 일과 후에도 모여 머리를 맞댄 결과 개선점이 보였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들텐데 이토록 회사를 위하는 데 감동했다”고 답례했다.

 이 회사는 4월부터 본사에서만 매달 네 팀이 근무 현장에서 ‘낭비 제거 간담회’를 열고 있다. 남 부회장은 본사 외에도 전국 생산현장과 연구소 등지에서 열린 50여 차례 간담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LG전자는 팀 단위의 월별 ‘낭비 제거 간담회’이외에 사업부 단위로 우수 사례 경진대회도 연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남용식 개혁’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올 초 남 부회장이 부임한 이래 본사 간접부서 인력의 40% 정도를 마케팅 등 사업 본부에 재배치했다. 또 지난달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LCD TV사업과 PDP 사업을 분리하는 조직개편도 했다. 휴대전화와 가전 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들어 회사 주식의 시가총액이 40%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는 “최고경영자(CEO)로서 단기 실적 못지 않게 장기 성장을 위한 비전을 속히 구체화했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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