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설계사 김석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대역사의 결실로 15일 전관 개관한 예술의 전당설계자 김석철씨(49)는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의 복합공간이 설계한지 10년만에 완성되는 것을 보게되니 이제 여한이 없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씨가 설명하는 설계개념대로라면 「공간을 이용하는 예술은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도록」한 예술의 전당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일반 사람들이 끊임없이 왕래하며 생활 속에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의 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씨는 『공연장을 단순히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우면산과, 나아가서 서울 전체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편안히 자연과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전체 전당의 광장과 모든 건물의 1층을 개방적으로 연결시킨 것이 가장 주된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김씨는 15일 개관 이후 예술의 전당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려면 『특별한 예술공연이 없어도 항상 야외전시나 이벤트가 끊이지 않아 60년대의 명동이나 지금의 대학로처럼 사람들이 들끓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술의 전당은 오페라극장 등 5개의 주요시설 이외에 「상징광장」 「만남의 거리」 「장터」 「한국정원」 등의 외부공간이 일반인들에게 더욱 중요성을 띤다는 것.
특히 김씨의 설계로 처음 선보인 것은 각 극장 천장 위에 만든 30여 곳의 연습실인데 이로써 출연자들의 고질적인 불만이던 「연습실 부족」현상을 완전치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공사기간이 당초 6년에서 점점 늦추어지고 공익자금의 지원이 축소되었으며 문화장관이 7명이나 바뀌었는데도 무리 없이 결국 훌륭한 유산으로 빛을 보게된 것은 이제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회에 반해 『공사비용이 축소되면서 건물 전면에 수림을 조성하지 못하고 보기 흉한 주차장으로 만들어 자연과의 조화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66년 서울대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이래 건축설계에만 매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건물(Public Hall)」을 디자인하는 데 역점을 두어온 김씨는 그간의 성과로 오는 25일 베니스대학에서 열리는 건축전에 초청되어 예술의 전당을 포함한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게된다.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