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시대 맞춰 군 제자리찾기/기무사 민간사찰 폐지등 기능조정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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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 직보체제 폐지 등도 논의/도심 사령부 외곽이전 적극 검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군 기무사령부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인 일반정보수집기능을 폐지키로 한 것은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강력한 민주화의지 표명에서 비롯된 것으로 외형적인 기구축소보다는 실제 내용면에서 상당한 진전으로 풀이된다.
기무사의 일반정보수집기능은 그동안 군출신 대통령의 재가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것으로 실제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기무사의 이같은 활동은 민·군간에 가장 첨예한 마찰요인으로 지적돼 왔으며 초헌법적인 민간사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무사의 권한과 기능축소를 전제로 인수위와 국방부측은 그동안 네가지 방안을 놓고 은밀한 검토작업을 벌여왔었다.
즉 ▲사령관의 대통령 독대·직보하는 관행 폐지안 ▲사령관의 계급(현재 중장)을 소장으로 낮추고 사령부를 국방장관의 직접 지휘·감독하에 두는 방안 ▲기무사·정보사·7235부대 등 유사기관을 묶어 새로운 통합 정보사령부로 창설하는 안 ▲현행 3군통합체제를 77년 이전의 3군 분산체제로 환원시키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군수뇌부와 일부 정보관계자들은 의견을 종합,최종안을 마련하는 가정에서 인수위는 이들 4개 방안 모두가 비현실적이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제3의 대안을 모색하게 됐다.
그 결과 기무사의 위상과 역할재조정의 근본목적이 결국 군으로 하여금 제자리를 찾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데 있른 것인 만큼 그동안 민·군간에 가장 큰 마찰과 물의를 빚어왔던 대민사찰기능만을 완전 폐지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이를 것 같다.
기무사의 민간사찰문제는 최근 국방부나 사령부 실무자들까지 「청산돼야 할 구시대적 유산」으로 점차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수위 검토과정에서는 또 기무사의 조직이나 인원감축 등 외형적인 수술에 대해서는 기무사측이 『다분히 감정적이고 보복심리에 근거한 비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반발하는 등 약간의 마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각군 총장 직속에 방첩대형태로 환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군내 각종 비리와 부조리를 척결하는데는 총장의 지휘계통인 헌병이나 감찰실로는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지휘계통이 전혀 다른 기무사만이 총장은 물론 여타 지휘관 등의 비리를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무사는 지난 90년 10월 윤석양이병 폭로사건이후 보안사라는 이름을 바꾸고 기구를 축소,▲보안처 ▲정보처 ▲대공처 ▲기획조정처 등 4개 처와 ▲비서실 ▲감찰실 ▲행정지원실 등 3개 실로 줄어들었다.
대민 정보도 대폭 축소했으나 대공정보 수집이라는 이유로 각 행정부처를 비롯,정계·재계·학원·노동계·종교계·언론계 등 각 사회단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 기구가 이들 4개 처 인원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만큼 방대한 조직이다. 기무사는 이와 함께 현재 도심지에 있는 사령부 건물의 외곽이전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7년이후 계속돼온 기무사의 민간사찰기능이 김영삼 차기대통령 취임과 함께 일단 폐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나 문제는 통수권자가 기무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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