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여유 생겨도 청자생활 계속"|모친 간병 비 위해 법복 벗은 여상규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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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 판사를 계속한다는 심정으로 변호사직을 성실히 수행하렵니다.
어머니의 간병 비를 마련키 위해 법복을 벗었으나 변호사개업 6일만에 어머니가 타계하는 슬픔을 겪어야 했던 여상규 변호사(45)는「금전에 연연하지 않는 법조인」이 될 것임을 다짐한다.
여 변호사는 법원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안팎으로 청빈한 판사의 전형으로 꼽치던 인물.
77년 서울대법대를 수석 졸업한 뒤 78년 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래 2년의 제주 근무를 제외하곤 줄곧 서울지역에서만 일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던 여 변호사는 법관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던 터라 변호사개업은 당초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나 91년 1월 어머니 정수경씨(84)가 중풍으로 쓰러지자 여 변호사의 인생행로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그간 돌봐 준 형수의 허리디스크가 최근 악화, 거동이 불편해져 간병 인을 구해야 했고 월 2백 만원의 치료비와 간병 비를 감당키에는 많지 않은 판사월급으론 매우 어려웠다.
여 변호사는 결국 고심 끝에 변호사직을 택하기로 결심,
지난달 26일 주위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법원에 사표를 냈다.
예기치 않게 개업을 했던 터라 여 변호사는 선배·친지들로부터 7천만원을 꾸어 겨우 사무실 임대료 등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여 변호사는 변호사를 택한 것이 자신의 여유 있는 삶을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앞으로도 경제적으로 풍족치 않더라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으며, 계속 이러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여 변호사는『어머니의 병간호 때문에 변호사로 나섰으나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제는 변호사직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며『먼저 빚을 갚은 후 여유가 생기면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포부를 밝혔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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