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갈등 풀길 없나 민족종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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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단군 전 건립을 둘러싼 공방, 하나님 명호 사용 문제로 연한 제소사태 등 최근 들어 국내 기독교와 민족종교·불교계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신앙적 배타정과 목 종교 이기주의 형태가 표출된 이들 사례는 화해와 공존의 정신을 기조로 해야 할 다원종교사회의 앞날을 흐리는 것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단군 전 건립공방은 지난해 10월 정다운 스님(재단법인 생활불교총재)이 충북 중원 군에 국조 단군을 모실 성전을 세우기로 하고 현지에서 대대적인 발원 식을 거행함으로써 촉발됐다.「민족정기와 자존의 수호」를 내건 이「단군 성조」성역화 사업에 대해 기독교 개신교 계는 크게 반발, 즉각 단군 전 건립반대 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연서·성명발표·세미나 및 연합예배개최 등을 통한건립 백지화운동에 나섰다.
개신교 계 전체로 번지고 있는 단군 전 건립반대운동의 기본 논지는『정사에도 기록되지 않은 가공의 신화적 인물에 불과한 단군을 신격화해 전을 짓고 국 조로 숭상하는 일은 우상 숭배일 뿐더러 신의 인간 창조 설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므로 부당하다』는 것이다.
91년 단군 전 건립을 위해「신시문화본부」를 설립하고 충복 중원군 엄정면 용산리에 건립부지를 마련한 뒤 설계까지 마친 정다운 스님 측은 이 같은 개신교 계의 맹렬한 반대운동에 부닥치자 공사 착수를 일단 뒤로 미뤘다. 민족종단 단체들의 반응이나 지원도 아직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이 달 초대종교(총 전교 안호상)가 총 교우회 명의로 개신교 계의 단군 전 건립반대운동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역공을 위한 연대움직임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성명은『단군 전 건립은 민족혼을 고취하는 신념 있는 자각 인들의 자발적 의욕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고 전제하고『개신교는「자기 교리·신앙만이 유일 절대」라는 독선적 배타주의를 버 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1월『기독교가 우리 한민족 고유의 신앙 대상인 하나님 명호를 도용하고 있다』며 서울민사지법에「하나님 명호 사용 및 단군 성조 경칭침해 배제청구소송」을 냈던 「한」세계인류 성도 종(성종 정근철)은 재판진행(1월19일 1차, 2월16일 2차 공판)과는 별도로 서울광화문에「하느님 호칭 되찾기 범 민족운동본부」를 차리고 소송경과를 담은 책자 배포, 대도시 순회 보고대회,1천만명 지지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며 기독교계와의 갈등을 증폭시켜 가고 있다.
지난달 15일1차 공판을 앞두고 부산에서 보고 대회를 겸한 집회를 가진바 있는「하느님호칭 되찾기 운동본부」는 16일의 2차 공판이 끝나는 대로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대도시들을 돌며 집회를 갖고 서명운동을 보다 본격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재판과 관련해『현재 불교종단의20개 단체가 원고보조신청을 해 왔다』고 밝히고, 그밖에 천도교·대순진리회·단군 교·대종교·한얼 교 등 12개 민족 종단이 원고 측 증인으로 참가할 예정이어서『간단치는 않은 싸움이 될 것 공이라며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하나님 명호를 사용하는 문제와 관련된 시비는 기독교전래 2백여 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하나님이란 말이 범신론적 신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될 수 있는가 여부를 놓고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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