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에 1500여명 '세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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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전직 대통령들의 자택은 세배객들로 넘쳐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인태 정무수석을 보내 신년 인사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 자택은 이른 아침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손학규 경기지사.이인제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DJ정부 시절 각료 등 1천5백명이 몰렸다. DJ는 "임기가 끝난 뒤에도 이렇게 새해 인사를 와줘서 고맙다. 역시 대통령이 안 된 것보다는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세배 경쟁'도 뜨거웠다. 오전엔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오후엔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김근태 원내대표 등이 '무더기' 방문했다. 그러나 정치 얘기는 삼갔다. 그는 "나는 정치에서 끝난 사람"이라며 "정치에 대해 관심도 많고 의견도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金心(DJ의 의중)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주변에서 나왔다.

상도동 자택에서 세배객을 맞은 YS는 "꾀를 내 소도(小道)로 가지 말고 대로(大路)로 당당히 가야 한다"며 "대통령은 법률 이전에 권위로 다스리는 것인데 지금은 그게 전부 상실됐다. 하야로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YS는 유인태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옆에 있던 이원종 전 정무수석이 "각하가 정치 9단이라 모시고 일하기 힘들었다"고 말하자 "내가 왜 9단이고, 11단이지"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柳수석에게 "내가 (대통령)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었으나 안해서 대통령이 4명이나 나온 것은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라고 하는 등 30여분간 일장 '연설'을 했다.

강민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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