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에 시달리는 잠실주공5단지

중앙일보

입력

잠실 주공5단지 실소유자들이 매매가와 전세가 하락으로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원하는 가격에 팔지도 못하고 역전세난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는 서울시의 '상업지역 불가' 입장이 확인되면서 최근 일주일새 3000만~5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잠실5단지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6월 12억4000만원대에 거래되던 112㎡(34평형)가 상업지정이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최근 12억원까지 빠졌다"고 말했다.

115㎡(35평형)도 제2롯데월드 건축승인과 이에 따른 상업지역 용도 변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5월 12억9000만원대에서 6월 13억7500만원으로 급등했지만, 이들 호재가 물거품이 되면서 13억40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119㎡(35평형) 역시 하락세로 돌아서 호가가 14억2000만원 선까지 밀렸다.

인근 E부동산컨설팅 K실장은 "최근 34평형 급매물이 11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34평형 호가는 12억원선이지만 급매가 아닌 경우에는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등 5단지의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공5단지 전세가격 하락폭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전세가가 2000만~4000만원 가까이 하락하며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5단지 전세가 하락을 주도하는 원인은 잠실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트리지움(3696가구)'이다. 이 아파트는 주공 5단지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는 8월말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트리지움' 재건축 기간동안 주공 5단지에 전세를 든 세입자들이다. 이들은 입주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5단지 전세를 대거 내놓았다. 이로 인해 112㎡(34평형)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지난 3월 2억~2억1000만원대에서 최근 1억6000만원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5단지내 청자공인 송성배 실장은 "5단지에 세들어 살던 트리지움 입주예정자들이 이사를 위해 전세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현재 150가구 정도가 트리지움 입주를 앞두고 있어 물량이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5단지 전세가격이 당분간 더 떨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678가구 규모의 레이크팰리스가 입주하면서 잠실 일대 전세가격이 3000만~4000만원 가량 하락했던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5단지내 112㎡(34평형) 아파트의 경우 1억8000만~2억2000만원이던 전세값이 3000만원 정도 빠져 1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레이크팰리스 입주가 임박했던 지난해 12월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며 "이번에도 트리지움이 입주하는 8월 말에 전세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설에 따른 상업용지 전환 기대감으로 5월과 6월들어 5단지 아파트 값이 강남에서 유일하게 급등했다"며 "그러나 이들 호재가 물 건너가면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인근 트리지움 입주까지 겹치며 전세값까지 내려가는 등 5단지 소유자들은 이래저래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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