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되새겨보는 가족·삶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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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소개하는 두 신간 '위대한 게임'과 '엄마와 딸-함께 나이 드는 여자'는 각각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통해 가족과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이다. 가장 가까운 관계가 가족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가깝기 때문에 긴장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음을 우선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성장하는 자녀와 늙어가는 부모의 어느 한편에 속해 있는 인간들이 영원히 배워야 할 '삶의 기술'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상식을 새삼 확인한다.

'위대한 게임'의 저자 조지 페퍼는 유명한 골프 잡지인 '골프 매거진'에서 25년간 편집장으로 일했다. 그의 아들 스콧 페퍼는 골프광 아버지 덕에 여섯 살 때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다. 골프 제자로 출발한 아들이 최고의 골프 파트너로 성장하고, 가장 강력한 적수가 되며, 마침내 아버지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이 책은 그려내고 있다.

골프를 소재로 한 책이지만 골프 관련 책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갖가지 골프 용어와 기술에 대한 설명 등이 부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아버지와 아들의 20여년에 걸친 골프 대결을 통해 궁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미국 중산층 가정의 행복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라나는 아들을 보며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 한 중년 남성의 초상으로 읽히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내가 겪은 아버지에 대한 굶주림을 내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아들이 때론 반항하고 또 아버지를 이기려고 한다. 골프 실력이 늘어가면서 골프 스승 자리는 아버지 대신 잭 니클로스, 아널드 파머 같은 이름이 차지한다. 아들의 존경을 받고 길을 안내하던 대상에서 아들의 극복 대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착잡하다. 변화를 수용하고 역할을 수정해 가는 아버지를 통해 아버지 노릇을 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삶의 게임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엄마와 딸-함께 나이 드는 여자'는 노년의 어머니와 중년의 딸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여성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 패트리샤 비어드는 자신의 체험을 절반, 그리고 인터뷰 취재를 통한 다른 사람 이야기를 절반 섞어 책을 펴냈다. 노모를 모시는 딸들을 통해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가운데 저자는 여성들이 '착한 딸'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좋은 딸'이 되라고 조언한다. 일종의 지혜로운 딸이 되라는 충고로 읽힌다.

'좋은 딸'의 조건으로 무엇보다 노모에 대한 책임감과 동료의식을 들고 있다. 책임감이란 어머니가 진실로 딸을 필요로 할 때 도와주는 것이다. 동료의식은 여성으로서 함께 관심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해하는 마음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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