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재개는 핵해결이 열쇠/올 남북관계 변화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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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협엔 의견일치 예상밖 빠른 진전 기대/“동독붕괴 선례있다” 인적교류는 피할듯
외교안보연구원(원장 공노명)은 4일 「1993년도 북한의 대남전략」이란 분석보고서를 발간,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한관계의 변화를 전망했다.
북한의 전략기조,남북관계의 현황,북한의 대남전략방향,93년 김일성 신년사에 나타난 남북관계,남북한 관계변화 전망 등 5개장으로 나누어 분석한 이 보고서의 마지막장 「남북한 관계변화 전망」을 간추려 본다.
핵문제의 실마리를 찾는데 관건이 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가 금년 상반기에 실시할 예정인 북한원자로의 연료봉에 대한 취재·분석 결과다. 북한은 대미·일 관계개선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는 경우에는 군사기지 노출과 특별사찰 제의는 수용하지 않고 비정기 일반사찰 수준으로 사찰문제를 매듭지으려 할 것이다.
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은 지난해 12월19일부터 이틀간 평양을 방문한 보브 스미스 미국 상원의원과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통해 『현재 중단상태에 있는 고위급회담 등 남북대화를 93년 팀스피리트훈련이 끝난뒤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팀스피리트훈련이 끝나고,북한도 김정일생일(2·16)과 김일성생일(4·15) 등의 행사가 끝난 뒤 4월말이나 5월초에 가야 대화재개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그러면 5∼6월에 가야 제9차 고위급회담이 재개되고,이를 계기로 하반기께 각 공동위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핵문제·인권·「자주」문제 등으로 남북대결이 심화될 경우에는 대화재개 시기가 8∼9월로 늦어질 것이다. 또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기존의 고위급회담 형태로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소될 경우 남북경제교류는 다른 분야에 비해 활발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임가공무역은 우리 정부도 적극 확대해나갈 방침이고,북한도 지난해 「외국인 투자법」 등을 제정한 것으로 미루어 금년에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 예상된다.
남북경제교류는 우리 기업이 정부주도보다 민간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접촉을 주장하고 있어 북한도 민간차원의 경제접촉을 고집할 것이 예상된다. 남북 물자교류에 따른 대금결제를 청산결제방식을 원칙으로 한다고 합의했지만 남쪽은 정부당국이,북쪽은 기업들이 주도해 결제할 것을 주장할 전망이다.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에 우리측의 기업·개인도 적극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북측은 이 지역에 대한 남측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적극 공세를 펼 것이다.
경제실무형인 강성산이 총리로 기용된 것은 당분간 고위급회담과 같은 분야보다 외국인 투자유치 등 경제개방을 가속화해나가려는 포석으로 보여 남북 경협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될 소지가 있다.
북한은 동·서독인의 자유왕래가 동독의 붕괴를 가져온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자유로운 인적 교류는 될 수 있는대로 피하려하고 있다. 북한의 연방제 구도로 봐도 주한미군 철수 등 연방제 전제조건이 실현된 뒤에야 연방제가 구성되고,그 뒤에 10대 시정방침의 일환으로 인적 교류가 실현되도록 돼있다. 북한이 한때 통일열기를 확산시키며 인적교류를 제한적으로 추진한 것은 위기모면을 위한 체제수호전략일 뿐이었다.
올해도 이런 목적에서 제한적인 인적교류를 확대할 가능성은 있으나 체제에 영향을 줄 어떤 교류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교류협력합의서의 「부기」사항으로 규정된 법적·제도적 장치의 철폐문제를 다시 거론함으로써 이 분야에 장애를 조성할 것이다.<정리=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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