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급이냐 경기냐” 팽팽한 일 춘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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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7%쯤은 올려야 경기회복에 도움” 노조/“경상비 늘어나 경영나빠져 승급만” 기업
「업적이 먼저냐,경기가 먼저냐」
올해 춘투,즉 임금인상을 줄다리기가 시작되면서 일본의 노조와 경영자단체가 벌이는 논쟁의 초점이다.
경영실적이 나쁘니까 임금을 올릴 수 없다는 경영자측과 그럴 경우 소비가 줄어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적정률의 임금인상으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노조측의 대립이다.
일본의 경영자를 대표하는 일본경영자단체연맹(일경연)과 일본노동조합연합회(연합)는 지난달 12일부터 일제히 올 임금인상률 지침을 발표,춘투에 들어가면서 현재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경연은 올 춘투에 임하는 경영자측의 기본방침으로 「승합은 인정하되 임금은 동결」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지난해의 평균 정기승급률은 2.3%였다.
이에 대해 연합은 올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을 「7%,2만엔 이상」이라고 발표,이를 기준으로 임금교섭에 나서도록 했다.
일경연은 노동문제연구위원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마련된 이 지침에서 『심각한 불황속에서 자본비·인건비 등 고정비의 팽창이 기업경영을 압박해 임금을 올릴 여지가 없다』며 정기승급만 인정하고 대졸 초임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나가노 다케시(영야건) 일경연회장은 『대폭적인 임금인상은 기업의 수익악화를 가져옴은 물론 서비스산업의 가격상승을 가져와 인플레와 불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시킨다』며 연합의 7% 인상안을 비판했다.
노동문제연구소의 보고서는 96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1천8백시간으로 단축키로 한 정부의 목표도 달성하기가 어렵다며 당분간 목표를 1천9백시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연합은 12일 중앙위원회 총회를 열고 『대폭적인 임금인상으로 개인소비를 부추겨 경기회복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지난해보다 1%포인트 낮은 7%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야마기시 아키라(산안장) 연합회장은 『일경연의 주장대로 정기승급만 인정될 경우 이는 실질적인 임금인하다. 이는 거품경제를 만든 기업이 책임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연합은 올 평균임금 인상률이 3%가 될 경우 개인소비의 감소로 93년도 경제성장률이 2.7%에 머물 것이라는 시산결과를 내놓고 일경연을 비판했다. 노조측은 임금인상률 2%포인트는 경제성장률을 올 0.2%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사회가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실적 부진과 각 기업의 인원감축 등 어려운 여건에 놓여있어 올해는 노조측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호경기와 일손부족에 힘입어 임금인상률이 5% 전후에서 결정됐으나 지난해에는 3.5%에 머물렀었다.
일본은행의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제조업의 경상이익률은 3.0%로 엔고 불황때인 86년도 하반기실적과 비슷하다. 일경연은 이같은 수치를 토대로 노조측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러나 일본의 춘투는 격렬한 노사대립이 아니라 화기 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고 대대적인 파업은 거의 없다.
만일 어떤 기업이 파업할 경우 같은 직종의 다른 기업이 그 기업의 시장을 잠식,파업한 기업만 쓰러지는 것이 일본의 풍토기 때문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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