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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장 자작시 낭송|미 흑인 여류시인 마야 안젤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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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던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전에서 자작시를 낭독, 전세계인의 눈길을 모았던 흑인여류시인 마야 안젤루. 자신의 인생 자체가 지극히 드라마틱한 그는 특유의 인생을 통달한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시와 자서전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중 한사람이다.
1m80cm의 큰 키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색으로 감싸고 식전에 낭랑하고 큰 목소리로 시를 낭송한 그는 61년 프루스트가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자작시를 낭송한 이후 30여 년만에 다시 대통령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한 영광의 시인이 된 것이다. 물론 흑인 여성 시인으로도 처음이다.
현재 그는 노스다코타주 윈스턴 세일렘시의 웨이크 포레스트대학 역사학교수로 있다. 흑인사회에서 그는 불우하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뛰어넘어 영광의 주인공이 된 인간승리의 장본인으로 칭송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50개의 명예학위와 6권의 시집을 포함한 12권의 저서를 낸 그는 특히 70년에 낸『새장 속의 새가 왜 우는지를 나는 아네』란 자서전으로 유명하다.
1928년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그는 곧 부모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옮겨 살았다. 그가 4세 때 그의 부모가 헤어졌고, 그는 아칸소주 벽촌 스탬프의 외할머니 집에서 4년간 살았다.
8세 때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 당한 그는 그 남자가 자신의 측근들에게 매를 맞아 죽자 그 쇼크로 5년간 일절 입을 떼지 않았다. 그때를 회상하면서 그는『그의 죽음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면…생각하면서 줄곧 죄책감을 느꼈다』
이때 그는 온몸이 귀가되어 있는 환상에 살면서 소리와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버릇을 익혔고, 이는 그가 시인이 되어서 리듬과 운율에 강한 시를 쓸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카바레댄서, 극작가, 수 차례의 결혼과 이혼 등 인생역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그는 늘 미국의 흑인들에게 오늘 극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윈스턴 세일렘시 교외벽돌집에 혼자 사는 그는 아들이 하나 있다. 흑인들에게 피부색이 주는 열등감에서 벗어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 없이는 생활의 발전은 없다고 강조하는 그는 강연회 연사로도 인기가 높아 1회 강연료가 1만5천 달러이며, 1년에 최소한 80회 정도 전국을 돌면서 강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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