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부동산 경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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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영화아파트 82.5㎡(25평형)은 지난달 13일 감정가 8000만원에 법원경매에 부쳐졌다. 이 물건에는 21명이 달라붙어 감정가의 318%인 2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 1월 16일 서울남부지원에서 진행된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주택은 첫 입찰에서 17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5500만원)보다 훨씬 높은 7933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은 144.2%에 달했다.

 부동산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이 크게 뛰고 입찰 경쟁도 치열하다.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로 침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반 주택시장과는 대조를 이룬다.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부동산 경매 평균 낙찰가율·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입찰경쟁률 등 경매시장의 ‘트리플 지수’가 반기 실적 기준으로 이 업체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들어 주택을 중심으로 일반 거래시장에서 매물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투자자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 수요자들도 경매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또 9월 시행될 청약가점제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인 주택 수요자가 저가 매물 시장인 경매 쪽으로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전체 부동산 경매 입찰 경쟁률은 평균 3.65대 1로, 2000년 상반기(1.95대 1) 이후 반기별로 가장 높다. 종목별로는 연립·다세대주택이 6.45대 1로 가장 치열했다. 아파트도 4.79대 1로 평균경쟁률을 웃돌았다. 5월 10일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양천구 목동 두두빌라의 경우 무려 33명이 달라붙어 감정가 1억2500만원보다 6000만원 이상 높은 1억8890만원에 낙찰됐다.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찰가율도 오름세를 탔다. 올 상반기 부동산 평균 낙찰가율은 72.6%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낙찰률도 33.03%로 2000년 이후 반기별로 최고였다.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사장은 “예전에는 감정가가 높게 매겨졌다 싶으면 2, 3회 유찰 때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뚜렷했으나 5월 이후 서울지역 주택 호가가 오르자 우량 물건을 중심으로 첫 회에도 소신 응찰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전국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금액(5조9565억원) 가운데 51%인 3조470억원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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