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춘-하 패션「그룬지」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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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93년 미국에서 선보이고 있는 춘-하 모드 중 두드러 지는 새로운 흐름의 하나가 이른바 그룬지(Grunge). 미국 서부의 새로운 록음악의 산지로 부각되고 있는 도시 시애틀의 그 요란한 음악소리와 광포한 외침이 주는 이미지를 닮은 패션이다. 어찌 보면 구질구질하고 제멋대로 여서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현대의 여성패션이 추구하는 거친 듯한 멋, 섹시함, 달콤함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패션이라는 것이 이 새로운 스타일에 열광하는 미국 젊은이들과 디자이너들의 주장이다.
그룬지 패션은 종전의 패션감각으로는 모든 옷 입기의 룰을 깨뜨리는 것이다. 이 차림새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여러 종류의 옷 겹쳐 입기, 플란넬로 만든 옷, 반 양말, 납작한 모자(주로 털실로 짠) 등이다. 군화 또는 등산화를 닮은 구두도 필수품이다. 그룬지 식의 의상배합은 너무 엉뚱하여 두꺼운 털스웨터 위에 비치는 엷은 시폰드레스를 덧입는 식이다 . 의상소재도, 색상매치도 멋 대로다.
성공적인 그룬지 스타일은 종전의 모든 패선 룰을 깨뜨린 것이다. 이 스타일은 올 봄과 여름 전세계를 휩쓸 전망이다. 특히 무엇에도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으며 분방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크게 어필할 것 같다. 사진은 노랑·빨강·파랑 등 화려한 원색줄무늬의 섹시한 핫 비키니 위에 목면 플란넬체크의 남성적인 큼직한 셔츠를 덧입은 그룬지 차림. 줄무늬 니트의 모자, 검은 등산화, 줄무늬 양말이 틀림없는 그룬지 스타일임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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