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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행정부/「부자」수두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무·교육·상무장관 등 연간수입만 백만불 넘어/“중산층 이익 대변”구호 무색
미 정부 고위관리들의 재산등록 내용이 공개되면서 빌 클린턴 행정부에 「백만장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일대에 이어 어렵기로 소문난 로즈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를 유학한 클린턴대통령이 학연을 통해 최고학벌의 엘리트들을 대거 끌어들인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나 「중산층」의 이익을 외쳐온 입장에서 백만장자들이 내각에 대거 포진한 것은 국민들에게 그리 달가운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있다.
클린턴 내각의 재산랭킹을 보면 1위는 로이드 벤슨재무장관으로 정계에 들어오기전 보험회사에서 번돈과 물려받은 재산 등을 합해 5백9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위는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으로 총재산 4백20만달러이며 작년 한햇동안만 해도 로스앤젤레스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1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어 헤이즐 올리어리 에너지장관이 주식·채권 등 2백40만달러 이상을 소유한 백만장자로 알려졌고 하버드대 교수를 지낸 로버트 라이시노동장관도 강연료·원고료 인세 등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어 재산이 1백40만달러에 달한다.
리처드 라일리교육장관과 론 브라운상무장관도 연간 1백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각료급 이외의 고위관료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유엔대사가 최소한 3백10만달러,미키 캔터무역대표는 1백95만달러의 재산가이며 브루스 배비트내무장관·헨리 시스네로스 주택 및 도시개발장관·제시 브라운원호장관·도너 샬럴러보건장관도 수십만달러 이상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장관으로 지명됐으나 불법이민을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문제돼 취임도 하기전에 물러난 조 베어드의 경우 연간 5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변호사였다.
그녀에게 여론의 비난이 빗발친 것은 법무장관으로서 불법행위를 했다는 점 외에도 학력·재산을 모두 갖춘 성공한 여성이라는 점이 계층간에 시기심과 불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 베어드 사건은 하버드·예일 등 최고학부를 나온 엘리트이거나 수백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또는 두가지를 모두 갖춘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는 클린턴 진용에 쏠리고 있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느끼게 한다.
조지타운대의 제임스 라힐리 정치학교수 같은 사람은 『막대한 권한이 부여된 연방정부의 고위직에 「평범한」사람을 앉힐수는 없다』며 엘리트 기용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동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백만장자 엘리트들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당면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 모른다.
더구나 과거 공화당 정권을 가리켜 「부자들의 모임」이라고 몰아세우면서 서민들의 대변자를 자칭해온 민주당 정권으로서는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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