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마음으로 유골 송환운동"|일 도노히라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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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홋카이도 차가운 대지에 이름 없이 묻힌 강제징용자의유골을 거두는 작업은『타국 땅에 강제 연행된 노동자들의 한과 슬픔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이며『이를 통해 역사의 교훈을 배우자는 다짐』이 담겨 있다고 슈마리나이 댐 희생자 유골송환운동 참가자들은「기원 비」뒷면에 새겼다.
이 운동의 총무 격인 도노히라 요시치코(48)스님을 만난 것은 지도세 시 문화센터 심포지엄 장에서였다. 지도 세 시민들의 역사연구단체「일본과 한국의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이 도노히라씨를 초청, 지난 3월 한국유골반환 여행을 마친 보고 회를 듣는 자리였다.
30명 가까운 참석자들은 슈마리나이 댐의 건설경위와 조선인강제연행 자들이 왜 이곳까지 끌려와 목숨을 잃게 되었는지, 유족들과는 어떻게 연락이 되어 유골송환이 이루어지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그의 강연에 열심히 귀기울였다.
도노히라씨는 자신의 유골반환운동 목적에 대해『일본민중으로서 사죄하고 싶었다』면서 『차갑게 얼어붙은 한국민중의 닫힌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어 화해하자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가 민중사 강좌를 이끌기 시작한 것은 76년 주인 없는 위패를 댐 근처 절에서 발견하면서다. 결국 2백4명이나 되는 댐 공사장 희생자의 명부를 찾아냈고 이중 조선인 36명이 끼여 있었음이 확인되자 한일간에 감춰진 그늘의 역사를 밝혀 내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도노히라씨는 현재 일본의 돌아가는 모양새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과거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또다시「지난날의 오만」을 되풀이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결국 실현시킨 것도 그렇고 플루토늄의 일본 도입도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전 평화주의자다. 때문에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시대 했던 것 같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요하는데 깊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
아이누에 대해서도 일본정부가 그들의 인권과 생활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이누언어 가운데「차랑케」라는 말을 그는 가장 좋아한다. 아이누는 싸움이 생기면 양쪽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해결점을 찾는다. 일본이 지난 1백20년간 아이누에 대해 한 짓은「일방적인 탄압」뿐이었으며 민주적 대화의 자세는 없었다고 보는 그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지도국가가 되려면「차랑케」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불교의 주류인 정토진종 소속 주지로 일한 지 20년째. 원래는 교토 용곡대 대학원중퇴의 학자 지망생. 지난 80년과 87년 두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 킬링필드의 수많은 원혼을 달래기도 한 행동파 불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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