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규제, 은행 못 들은 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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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감독당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중소기업대출과 단기외화 차입이 급증하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은행의 6월 말 중기대출 잔액은 226조1729억원으로 5월에 비해 5조5322억원 늘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많이 불어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중기대출까지 막아버리면 은행은 뭘 먹고 살라는 거냐”며 “감독당국의 구두 개입만으론 대출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윤증현 금감원장이 은행장 간담회서 ‘쏠림’을 경고한 이후 감독당국은 대출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은행들의 중기대출 관련 리스크 실태 점검에 나섰다. 또 중소기업의 부동산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우량 중기 대출한도를 1조5000억원 줄였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을 계속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오히려 중기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은행들은 단기 외화차입 역시 크게 늘렸다. 4월 12억7000만 달러이던 외화차입은 5월에는 29억3000만 달러로 늘었다. 금감원이 4월 36개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에 단기 외채 차입을 자제하라고 행정지도까지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은행들 입장에선 달러를 빌려 통안채 등 국내 채권에 투자하면 가만히 앉아 돈을 벌 수 있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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