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 합작」 성사땐 일석이조/윤곽 드러나는 고속전철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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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탈락국서 가할 외교압력 덜고 값도 저렴/“프랑스만 이익본다” 독일 반발이 변수
고속전철 차량선정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6공 퇴임전에 차량선정을 마치려던 계획도 대통령인수위원회의 제동으로 최종 낙찰이 새정부로 넘어가고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일본·프랑스·독일 등 3국도 1천7백80㎏이나 되는 3차 입찰제의서(RFP) 최종평가와 새정부 출범이후의 정세변화에 대한 눈치만 살피는 상태.
특히 프랑스는 6공에서 눈에 띄게 로비를 벌였던 것이 신경이 쓰이는듯 1월말 최종 협상자로 선정되더라도 협상과정을 늦춰 새정부 출범후에 낙찰자로 결정,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취소와 같은 불상사가 없기를 바라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변이 없는한 일본의 신간선을 제외한 프랑스의 TGV와 독일의 ICE로 압축된 고속전철 차량선정은 6공 최대이권의 하나로 주목받으면서 말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당초 지난해 6월 결정하려던 차량선정이 지연된 것이 오히려 한국측으로서는 3국간의 경쟁을 불러 큰 이득을 봤다는 교통부 관계자들의 설명. 3차 제의서에 3국이 제시한 차량가격은 일본이 가장 낮고 그 다음이 프랑스,독일이 다소높은 편이지만 큰 차이는 없으며 스페인·미국 텍사스·구주통합선 고속전철 입찰에서 고가격을 고수,프랑스에 수주를 빼앗겼던 독일이 3차 제의서에는 「점핑 프라이스」(Jumping Price)라고 표현할만큼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 3국의 제의가격이 1차제의서 때보다 8억∼9억달러나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차량의 국산화율도 한국측이 계약대수 46대중 2대만 현지에서 제작하고 나머지 44대는 국내에서 제작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데 대해 『수주국은 이익도 못남기고 결국 한국산 고속전철을 만들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며 처음에는 난색을 표명했으나 최근에는 한국측 조건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기술이전 부문에서 차량의 핵심인 자동제어장치(ATC)와 전력의 변환을 자동감지,동력을 조절하는 전동전환장치 「노하우」이전에 대해서는 3국이 모두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으나 협상과정에서 한국측 조건을 받아들일 것으로 교통부 관계자들은 낙관하고 있다.
현재 한국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최종 낙찰자가 선정된후 탈락한 국가로부터 받게될 외교적 압력.
새정부 출범후 3월로 예정된 독일 콜총리,4월의 프랑스 미테랑대통령 방한이 고속전철 차량선정과 무관할 수 없고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까지 개방한 프랑스는 은연중에 탈락할 경우에는 외교적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어 정부로서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때문에 프랑스 TGV의 차량과 독일 ICE의 통신·전자시설을 접목시키는 합동건설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만 독일측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반대입장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어 성사여부는 미지수. 이는 차량가격이 82∼83%인데 비해 통신·전자장치는 17∼18%밖에 안돼 결국 프랑스만 장사를 시켜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프랑스의 통신·전자부문과 독일의 차량을 접목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어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측은 외교적 압력을 피하는 외에도 지난해 4월 개통된 스페인 고속전철 AVE가 이미 합동건설을 채택해 운행중으로 기술상 문제가 없고 차량은 프랑스가,통신·전자부문은 독일의 제의서에 제시한 가격이 싸 도입가를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어 합동건설방식을 선호하고 있다.<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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