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신기반 왜곡될까 걱정/「금리인하」 재무부­한은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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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대마진 확보 기간별 차등 인하/한은,금리자유화 2월실시 고집
○…오는 26일의 금리인하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재무부와 한은은 막판까지도 금리 인하폭을 두고 한은은 「그래도 소폭」,재무부는 「이왕이면 대폭」이라는 식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은 재할금리를 1∼2%포인트 내린다는 원칙에는 일찌감치 의견통일이 이루어졌으나 특히 은행의 수신금리를 과연 얼마나 내리느냐를 두고는 은행수지와 저축동향을 아울러 고려해야만 하므로 이견이 교차.
은행 대출금리를 최대 2%포인트까지 만족할 만큼 내리면서도 은행 수지에 큰 주름이 가지 않게 하려면 예대마진을 확보해 주기 위해 수신금리도 비교적 큰 폭으로 내릴 수 밖에 없지만,이 경우 연 10%의 현행 금리로도 은행정기예금이 제 구실을 못하고 거의 다 꺾기를 통한 강제예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신금리를 통크게 끌어내리다가는 더더욱 은행수신의 기반이 왜곡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은행수신금리는 예금기간 3개월을 중심으로 3개월 이상은 1%포인트,3개월 미만은 1.5%포인트 내리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졌는데,인하폭이 어느만큼 되든 간에 제2금융권의 금리를 은행보다 더 큰폭으로 내려야 한다는 데는 모두 시각이 일치.
○…인하폭과 시기도 거의 다 「노출」된 「이상한 금리인하」가 코앞에 다가오자 금융기관들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채권을 잡기위해 콜금리 등을 튀겨 올리며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기업들은 부가세 납부와 설 등 자금수요가 겹치는데도 자금 차입을 기피해 기업어음할인금리가 명목금리 밑으로 떨어지는 등 「당연한 시장왜곡」 현상을 연출.
20일 12.5%였던 하루짜리 콜금리는 21일 15%이상까지 뛰어올랐고,회사채는 사자만 많지 팔자가 없으며,CP할인금리는 명목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13.5%까지 떨어졌는데도 발행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다.
○…결국 지난해까지의 입장을 굽힐 수 밖에 없었던 한은은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2단계 금리자유화를 시행키로 하고 이를 위한 특별작업반을 만들기로 했다고 하지만,과연 금리자유화가 빨리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세금리가 안정되면서 규제금리와의 차이가 1%포인트 정도로 좁혀진 만큼 계절적으로 자금수요가 적은 2월이 금리자유화의 적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은은 재할인금리를 포함한 규제금리인하의 폭도 가급적 줄이고,특별작업반의 논의과정에서도 2단계 금리자유화의 조기시행이라는 입장을 끝까지 펴 적어도 언제쯤 시행한다는 조건은 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인하 문제를 다루기 위한 금융통화운영위의 회의일정은 2월1일께로 예정됐다가 오는 26일로 앞당겨졌는데,이는 이왕 하려면 빨리 해야 자금시장의 단기 왜곡을 막는다는 판단과 조순 한은총재의 해외출장 계획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총재는 오는 28∼3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회의의 초청을 받아 26일 낮 12시55분 비행기로 출국,2월3일 귀국할 예정. 이 회의의 주제는 「세계경제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이며,조 총재도 연설을 한다. 이 회의에는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와 고위정책관계자들이 참석하며,조 총재는 89년 부총리시절에도 참석했었다.<김수길·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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