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적인 조직/박동서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신명나는 사회: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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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과도한 희생 강요땐 창의성 “실종”/국가발전­개인 기대 부합될때 힘나
우리 한국인은 개개인으로서는 세계의 어느나라 사람과 비교하더라도 뒤지지 않을 우수한 잠재력과 잘살아 보고자 하는 강한 성취욕을 갖고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산업사회에서는 개인만으론 살아갈 수 없다. 언제나 수 많은 사람들과 협동하면서 조직사회의 일원으로서 생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개인으로서의 우수성은 물론 조직사회의 구성원으로서도 우수한 능력과 업적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 및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라 하겠다.
우리의 경우 모든 조직구성원들이 사기에 차 신명나게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는 종래와 같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성이나 의무에 의존하는 근무여건 조성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억지로 일을 할 경우엔 누구나 자기가 갖고있는 잠재력의 일부 밖에 발휘하지 않는다.
둘째로 인간으로서 지킬 수 없는 무리한 요구,즉 그런 요구를 하는 조직의 책임자 자신 조차도 지킬 수 없는 요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임자나 윗사람들은 흔히 입만 열면 애국·애사,또는 희생적 봉사를 요구하곤 하는데 이는 누구라도 지속적으로 지켜갈 수 없는 전체주의적 요구며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성을 지니고 있다. 일한만큼의 보상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책임자나 상관은 우선 독식하지말고 자기 조직원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정(고과제)을 정확히 해야만 한다.
이 경우 가치관·태도·형태 보다는 성과·실적·업적 위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사감이나 정실개입(지연·학연·혈연)의 가능성이 적어질 것이다.
특히 평가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평가결과에 불만이 있거나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이 어느때라도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진 연후에 이를 근거로 전보·영전·승진 및 상여금같은 보상이 베풀어져야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공직사회의 경우는 평정이 공정치 못하고 그에 따라 보상이 상응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근무성과의 향상을 위한 노력못지 않게 연줄·정실의 줄찾기에 소중한 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넷째로 인간은 이기성·개인성을 지니면서도 타인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다시 말해 집단생활에 참여해 인정받고자 하는 사회성·집단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조직생활에선 바로 그것이 충족돼야 하는 것이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하는 사람은 본인의 성공이나 가치증대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목표달성,더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될 때보다 열심히 일하게 된다. 따라서 조직구성원에게 기관장이나 사주 개인의 사적 목표달성만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서는 곤란하다.
동시에 조직은 언제나 계급성·계층성을 지니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하위구성원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하의상달·참여를 가로막아서는 그들로부터 높은 근무의욕과 창의개발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특히 명심해야 할 것은 직위가 높든 낮든간에 누구나 근무에 대한 의욕만 있으면 창의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론은 조직의 관리자,혹은 정치사회에 영향력을 갖는 사람들이 종래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올바른 인간관에 입각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조직 전체의 목표와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 및 기대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 한국인은 「절로 우러나는 신바람」속에서 개개인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 반드시 조직사회·정치사회의 구성원으로서도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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