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한국서 넘치는 ‘회장’ 미국선 은퇴 신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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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의 경영자들은 미국보다 보수가 적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매우 높고 열심히 일합니다.”
 글로벌 인사관리(HR)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 페린의 존 D 잉글랜드(50·사진) 부회장은 한국과 미국 경영자들의 차이점을 이같이 평했다. 미국 경영자들이 회사를 자주 옮기고 가족 중심적인 반면, 한국 경영자들은 사고의 중심에 회사를 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타워스 페린에서 24년간 일한 HR 전문가로 경영자 보상 분야 대표를 맡고 있다. 회사 내 공식 타이틀은 ‘매니징 프린서펄(Managing Principal)’이다. 프린서펄은 회계법인 등 비상장 법인의 파트너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한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

 -한국 상장사들은 임원 보수한도를 총액으로만 공시해 특정 최고경영자(CEO)의 연간 보수를 알기 힘들다.

 “미국 상장사는 임원 보수 상위 5명의 개별 보수를 모두 공개한다. 독일ㆍ프랑스처럼 유럽에서도 경영자의 연간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표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한국도 시간이 지나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더 투명하게 임원 보수를 공개하게 될 것이다.”

 -올해 미국 임원들의 보수는.

 “ 포춘 미 500대 기업 중 272개 기업을 조사했더니 올해 미 CEO의 보상 수준은 작년보다 약간 올랐다. 기본급(+4%)과 보너스(+10%)가 늘고 스톡 옵션 같은 장기 인센티브(-3%)가 줄어 전체적으로 2% 정도 올랐다. 스톡 옵션을 점차 줄이고 성과 플랜(performance plan)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3년 이상의 기간의 성과에 따라 현금ㆍ주식 등을 주는 제도로 삼성전자가 최근 도입한 바 있다.”

 -기능 별로 미 임원들의 보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포춘 500대 기업을 기준으로 CEO 보수를 100으로 하면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65∼70, 사업 부문장은 60∼65, 최고법무책임자는 50∼55, 최고 인사책임자와 기술책임자(CTO)는 50 미만이다.”

 -최고 운영책임자(COO)는 왜 언급하지 않나.

 “8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유행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COO가 차기 CEO감이라는 신호를 외부에 주면서 그 자리의 핵심 임원들이 경쟁사의 스카우트에 노출되는 데다 CEO와 사업부문장 사이에 COO가 개입해 의사결정 단계가 늘어나는 폐단이 생겼다. 30% 정도 기업에 COO가 남아 있을 걸로 추산된다.”

 -한국에는 기업 규모나 지배구조와 상관없이 ‘회장’ 타이틀이 넘친다.

 “잘 알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회장에 대한 관념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오직 CEO가 최고(primary executive)다. 회장(chairman) 타이틀은 흔히 한물 간(old) CEO를 뜻한다. 미국에서 회장 명함을 받으면 ‘은퇴 직전이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한국 기업의 HR 전문가에게 조언한다면.

 “서류 작업에 매몰되지 마라.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키워서 CEO의 전략적인 조언자가 되도록 노력하라. 그래야 몸값이 오른다.”

글=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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