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엄사 생강차|연호탁<관동대학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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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새해 들어 심기일전을 위해 뜻맞는 친구들과 산사를 찾았다. 전라북도 남원을 거쳐 지리산에 있는 화엄사에서 하루를 묵었다. 마침 보름달이 아름다웠고 맑은 물소리가 계곡을 울렸다.
새벽을 알리는 법고소리에 잠이 깨 얼음같이 찬물에 세수하고 법당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목탁소리·독경소리·법당향기 속에 법열의 기쁨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벽잠을 설치고 무리한 여정 때문인지 일행 중 한사람이 코를 훌쩍거렸고 몸이 찌뿌드드하다고 했다.
봉전암에서 수행중인 종남 스님이 눈치채시고 정성 들여 달인 생강차를 내놓으셨다. 속이 훅하게 달아오를 만큼 뜨겁고 톡 쏘는 미각이 끼쳐 왔다. 스님은 찬바람이 불면 남달리 잔기침이 많고 코를 훌쩍거리는 사람일 경우 8∼9월께 채취한 생강을 달여 한 달쯤 복용하면 겨울이 돼도 감기몸살에 염려 없다고 했다. 투박하지만 편안한 느낌의 분 청 찻잔으로 매큼한 생강차 몇 잔을 마시고 나니 몸이 가뿐하고 속도 편안해졌다.
아직도 시골에서는「새앙」이라는 앙증맞은 느낌의 용어가 좀더 많이 쓰이고 있는 생강은 생강과의 다년생 풀뿌리를 가리키며 양념·외감약 등으로 쓰인다.「외감」이란 속칭「고뿔」즉 감기를 말하며 요즘처럼 불규칙한 기후 속에서 걸리기 쉬운 게 상례다. 생강의 기미는 따뜻하며 매운 맛에 있다. 또한 생강단자·생강정과 등 별식을 만드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며 생강식초 또한 특이한 맛이 있다.
생강을 만들 때는 건조한 것을 피하고 땅에 묻어 두었던 것을 사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깨끗하게 잘 씻은 적당량을 주전자 따위에 넣고 은근한 물에 오랫동안 끓여 마시도록 한다.
감기는 피로에서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마실 때 꿀을 첨가해 피로회복을 꾀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한두 잔으로 효험을 보기는 어렵고 계속해 마시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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