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유감 표명 왜? 불만이냐 엄살이냐 추측 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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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검찰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참여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스스로 내세운 검찰의 독립성마저 도마 위에 올려놨다. 검찰을 가해자로, 청와대를 피해자로 규정하는 인상을 풍겼다. 검찰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가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전례가 없다.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오버한 것 같다. 너무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까지 말했다. 검찰이 청와대로부터는 독립했으나, 여론이나 야당으로부터는 독립하지 않아 무리하게 법을 해석했다는 것이 불만의 요체다. 이호철 민정1비서관도 "아프다. 아프지만 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오히려 그것을 통해 청와대는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재강조하는 효과를 노린 듯하다. 청와대의 유감표명이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는 점이 그렇다.

검찰 쪽 분위기는 대선자금 수사가 내년 1월이면 절정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전개될 것이란 얘기다. 기업인들에 대한 재소환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사실들이 추가로 드러날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돌고 있다. 이 경우 이날 청와대의 검찰수사에 대한 유감표명이 야당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반발시 "우리도 이렇게 억울할 정도로 가혹한 수사를 받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발견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장.차관들과의 송년만찬에서 "우리는 티코차를 타고 어렵게 기름을 넣으며 대선가도를 갔지만 리무진을 타고 유조차로 기름을 넣으며 달린 쪽이 훨씬 많이 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이어 "국민에게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용서를 구하겠다"면서 "허물이 있지만 허물을 딛고 소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해나가겠으며 언제나 고단하게 걸어왔지만 좌절하지 않고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유인태 정무수석도 "한나라당이 대기업에서 1백억원을 받은 것은 받는 순간 불법이지만 1억원 자체는 정치자금 한도 이내이기 때문에 불법자금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원래 불법 자금과 나중에 사후 처리를 안해 불법 자금이 된 게 어떻게 같으냐"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또 盧대통령의 '10분의 1'발언과 관련, '10분의 1'의 범위에는 정치자금이나 개인수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전개했다. 동시에 지향점은 정치개혁임을 강조했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은 자신을 던져 정치개혁이란 골고다 언덕을 가고 있다"며 "엄청난 진통이 제도관행 등 정치문화의 쇄신으로 귀결되지 않고, 대통령 흔들기로 끝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李수석은 "정치권은 말조심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예고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강민석.김성탁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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