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골! 골! … 아시안컵도 이 밤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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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염기훈(24.전북)과 이근호(22.대구)의 A매치 데뷔 골. 이천수(26.울산)의 A매치 10번째 골.

29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의미 있는 골들이 쏟아졌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컵 축구대표팀은 이라크(FIFA랭킹 84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골을 몰아넣으며 3-0 대승을 거뒀다. 1985년 대통령배 국제축구(2-0) 이후 무려 22년 만에 이라크를 상대로 한 승리였다. 한국은 아시안컵 첫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가상한 '맞춤 상대' 이라크를 완파함으로써 자신감을 채웠다.

전반에 원톱으로 나선 이동국(28.미들즈브러)은 지난해 3월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 이후 1년 4개월 만에 출전, 전반 45분을 소화했다. '이영표의 번호' 12번을 단 이동국은 이영표처럼 영리하고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4분 발리슛을 시작으로 23분까지 다섯 개의 슛을 날렸다. 수비에 맞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날카로운 감각은 여전했다.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동국은 아쉬움과 안도감이 섞인 묘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4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났던 그는 최근 또다시 왼쪽 무릎을 다쳤다. "통증은 없지만 또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있다"고 말했던 그는 부상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베어벡 감독은 약속대로 후반 이동국을 빼고 우성용(울산)을 투입했다. 한국의 첫 골은 후반 5분 터졌다. 오범석(포항)이 오른쪽에서 길게 올린 크로스가 골키퍼 손을 맞고 왼쪽 골대 옆으로 흘렀다. 염기훈이 사각에서 왼발 슛을 날렸고, 공은 반대편 골 포스트를 맞고 네트를 흔들었다. 염기훈이 A매치 다섯 경기 만에 터뜨린 첫 골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후반 중반 이천수와 이근호를 투입해 다양한 공격 패턴을 시험했다. 이천수는 후반 34분 오범석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후반 40분에는 상대 왼쪽을 완벽하게 무너뜨리고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근호가 왼발 발리슛을 꽂아넣었다.

일주일 간의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한국은 공격의 전개 과정이 좋아졌다. 김상식-손대호(이상 성남)의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도 안정감이 있었다. 골키퍼 김용대(성남)는 전.후반 한 차례씩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냈다.

대표팀은 30일 서울로 올라와 6일 우즈베키스탄과 최종 평가전을 한 뒤 7일 결전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난다.

서귀포=정영재 기자

◆한국-이라크 평가전

대한민국 3-0 이라크

염기훈(후 5) 이천수(후 34) 이근호(후 40.이상 한국)

▶핌 베어벡 한국 감독

수비에서 두 차례 실수한 것을 빼고는 만족할 만한 경기를 했다. 상대가 20분을 남기고 지친 기색을 보여 이천수와 이근호를 투입해 효과를 봤다. 이동국은 30분을 넘어서면서 지친 기색을 보였다. 사우디전이 10일 정도 남았는데 너무 쉽게 공을 빼앗기는 것을 막고 공격 시 마무리 패스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조르반 비에이라 이라크 감독

오늘 경기는 한국처럼 강한 상대를 맞아 우리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였다. 한국은 특정 선수를 지칭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선수가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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