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애틋한 정 나눈다|장애인 돌보는 장애인 양평 최재학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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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재학(34)·박인숙(33)씨 부부는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생활화」한 사람들이다. 최씨의 집(경기 양평군 용문면 삼상리)에는 제힘으로는 꼼짝달싹도 못하는 장애인 14명이 있다.
5살부터 47살까지 연령층도 다양한 이들은 정신박약·언어장애·자폐증·사지불구 등의 장애를 각각 두 세 가지쯤 복합적으로 안고 있다.
최씨 부부는 이들 14명의「장애식구」와 온종일을 같이 보낸다. 밥 떠 먹여 주고, 대소변 받아 주고, 옷 입히고, 세수를 시키기는 등 정상인 같으면 사소한 몸놀림 하나 하나가 모두 최씨 부부의 몫이다. 은혜(2)와 요한(1) 남매에 자신들까지 포함하면 최씨 부부는 18명분의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해가 짧을 만치 빡빡한 최씨 부부의 이런 생활이 시작된 연원은 지난 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해 가을군대를 막 제대하고 서울의 한 철공소에 취업한 최씨는 작업 중 왼쪽 팔목이 잘려 나가는 큰 재해를 입게 된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원래 보일러시공·미장·집수리·용접 등에 좋은 솜씨를 가졌던 최씨는 애타게 일자리를 찾아 봤지만 끝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서울 S재활원에 입소하게 됐다.
『재활원에는 나보다 중증의 장애인들이 훨씬 많았어요. 장애인들에 대한 냉대를 직접 경험한지라 원생 교육을 받으면서 이들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지요.』최씨는 이 결심을 곧바로 실천에 옮겨 원생 교육이 끝나자마자 83∼91년 이 재활원에서 봉사 원으로 일했다. 부인 박씨 역시 같은 봉사 원으로 일하다 만났다.
91년 봄 최씨 부부는 재활원에서 독립했다. 자신들이 나름대로 구상해 온 장애자와 함께 하는 삶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장애인과 살을 비비고 정을 나누려면 모임의 규모가 작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이었다.
『단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정말 사람답게 돌봐야 합니다. 정상인보다 정에 더 굶주려 있는 것이 장애인입니다. 끼니 해결만으로는 장애자를 충분히 보살핀 것이 못됩니다.』최씨는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인간적으로 돌볼 수 있는 장애인수는 열댓 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인근교회 신자 등의 경제적 지원과 마을주민의 도움으로 장애인과 생활하고 있는 최씨 부부는 자신들의 삶을『마음 편하고 한없이 평화롭다』고 자 평한다. 중졸학력에 가진 것이라고는 농가와 텃밭이 고작인 이들의「사랑 베풀기」는 풍요·고학력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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