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병 고쳐 양식업 돕는다.-한국어병 연구소장 부산 전세규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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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양식어류의 폐사율을 낮춰 어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국내의 양식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 물고기병원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초 세계에서 처음으로 물고기 병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사설병원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전세규 씨(65)는 회원으로 가입한 양식어민들의 양식장을 순회 진료하느라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30년 넘게 재직한 부산 수산대학을 정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부산시대 연3동 244의 2에 50여평의 사무실을 마련, 「한국어병 연구소」라는 간판을 내걸기가 무섭게 전국의 양식업자들이 어병진료를 의뢰해와 직접 찾아가 실태를 파악한 뒤 어류를 병원으로 가져와 해부 등을 통해 발병원인을 밝히고 처방을 하느라 눈코뜰 새가 없을 정도다.
개원 2개월 동안 제주도와 충무·통영·고성·거제 등 남해안, 동해안의 양식장 50여곳을 돌며 양식어류를 진료해준 결과 폐사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어민들의 얘기에 『살맛 난다』는 전씨는 한국 어류학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물고기 박사.
47년 수산대 생물학과를 졸업, 서울보건원 연구원으로 일하다 59년부터 모교에서 어류증식학 강의를 시작한 전씨는 64년 『잉어에 디스토마 균이 없다』는 논문을 발표, 당시 잉어의 디스토마균 보균을 기정사실로 여겼던 학계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는가 하면 76년 거제도 바지락병 규명, 낙동강 오염에 의한 기형어 연구 등 어법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80년초 남해에서 양식을 하던 어민이 넙치 폐사원인을 밝혀달라는 부탁을 해왔지만 원인규명을 하지 못해 『수산대교수가 그것도 모르느냐』는 핀잔을 들은 데 충격을 받고 잉어·넙치 등 국내에서 많이 양식하는 어류의 질병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됐다는 전씨는 그동안 가위와 핀셋을 쥔 손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병든 물고기를 해부, 물고기의 발병원인이 세균·바이러스·기생충·곰팡이인지, 농약·중금속 등의 오염 때문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최고의 어병의사」로 인정받고 있다.
『80년 이후 양식 붐으로 국내 양식업이 급성장했지만 폐사율이 높아 생산성이 일본에 크게 뒤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전씨는 『우리나라의 양식기술이 일본을 앞질러 양식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어병예방과 치료법을 연구 개발하는데 여생을 바치고 싶다』며 요즘 물고기 해부로 추운 겨울을 녹이고 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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