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론까지 나오는 미 CIA/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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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의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부처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다.
구소련의 붕괴로 1,2년전부터 냉전의 부산물로 지목받아온 미 CIA가 방향전환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CIA는 지난해의 경우 이미 의회의 예산심의에서 예산이 10억달러나 깎였고 그러한 추세는 클린턴행정부에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클린턴은 선거운동과정에서 향후 5년동안 정보분야에서 매년 15억달러의 예산을 줄여 이를 민간경제력 회복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특히 상원의 민주당 핵심멤버인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의원(뉴욕주)같은 이는 『CIA는 냉전시대의 시대착오적인 기관』이라며 이를 폐지하는 대신 이 업무는 국무부에 넘겨주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번 제103대 의회에서 상원정보위원장을 맡게될 데니스 디콘치니의원(민·애리조나주)도 과거 CIA가 소련의 경제를 분석하면서 미국의 국방비를 늘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소련을 의식적으로 과대포장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속에서 과연 CIA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느냐는 논의가 공론에 부쳐저 언론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CIA가 과거처럼 외국에 대해 비밀공작을 해야 하느냐에서부터 민간기업들을 위해 외국의 경제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술을 대비한 여론집약 과정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하버드대의 어니스트 메이 교수 등은 또다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CIA가 제도만 개편된다고 해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그안에서 일하는 분석가·관련 종사자들의 사고방식과 문화가 모두 바뀌지 않는한 진정한 변신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메이교수는 냉전시대의 문화에 젖은 사고방식과 그 시대의 방법론은 그대로 두고 기구만 개편한다고 변화가 오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안전기획부에 대한 역할 역시 김영삼차기대통령의 새정부에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메이교수의 주장처럼 정보업무 관련 종사자들의 의식변화다.
미국의 CIA가 탈냉전시대에 맞는 의식구조를 가질 필요가 있듯 한국의 안기부도 탈독재시대에 맞는 의식구조의 대전환이 급선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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