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미·중 무역 갈등 전면전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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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환율에서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중국이 곳곳에서 부딪히며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미 의회가 "환율을 조작한다"며 중국을 겨냥한 보복법안을 마련한 가운데 미 정부는 애견사료.치약.장난감에 이어 중국산 타이어 리콜 조치를 내렸다. 타이어를 만든 중국업체는 "제품에 아무 문제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미 의회는 청문회를 열 태세여서 타이어 리콜은 통상 마찰로 번질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는 27일 중국 검역당국이 미국산 오렌지와 살구에 대해 "박테리아가 규정량 이상 있다"며 통관을 보류하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검역을 보다 철저히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연이은 리콜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엔 타이어 리콜=AP에 따르면 미 당국은 최근 수입업체 포린 타이어 세일즈(FTS)에 지난 5년간 중국에서 들여온 타이어 45만 개를 리콜하도록 명령했다.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중국 항저우 중처 고무에서 만든 타이어 중 상당수에서 '검 스트립 (gum strip)'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FTS로부터 통보받고 리콜 조치를 내렸다. 검 스트립은 타이어의 핵심 부품인 각종 벨트들을 서로 묶어주는 기능을 한다. 문제가 된 타이어는 0.6mm이어야 할 검 스트립의 폭이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FTS는"불량 타이어로 인해 참변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유족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뒤 조사에 착수해 이 같은 문제점을 알아냈고 중국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여기에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이런 타이어가 미국에서 팔리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는 "타이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타이어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조작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중 환율 압박 역풍 우려=중국이 환율 보복법안에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 "보복법안이 아무런 실익 없이 무역 분쟁만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중국이 환율을 평가절상하지 않을 경우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발효되는 2010년이면 이미 위안화가 평가절상돼 있을 가능성이 크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 변동폭 확대를 비롯한 정책을 편다 해도 실제 시장에서 위안화가 절상되고 무역적자 줄어들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 규모 얼마가 적정선이냐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대중 무역보복으로 관세를 높이면 중국은 미국제품 수입 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각종 허가 유보 또는 철회로 맞설 수 있다"며 "중국사업을 하고 있는 상당수 미국 기업은 실제 이런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서울=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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