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대통령 모실 서대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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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개중대 「전담반」이 24시간 상주 경비/「잘해야 본전」 부담속 연휴도 잊고 준비
새해를 맞아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전국의 경찰관서 가운데서도 유난히 바쁜 모습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임기 50여일을 남긴 노태우대통령의 사저가 관내인 모래내∼연희동을 잇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3백여m쯤 떨어진 서울 연희1,2동에 자리잡아 사상 처음 두전직 대통령 사저 경비 책임을 지게된 때문이다.
노 대통령 사저인 연희1동 108의 17 푸른 기와3층 양옥에는 지난해 12월29일까지 영부인 김옥숙여사가 다녀가는 등 매달 한번씩 들러 이사를 위한 집단장을 해왔다.
현재 노 대통령의 먼 친척으로 알려진 청와대 비서관이 관리하고 있는 이집은 지난해 6월말 집옆 최모씨 소유 1백55평 규모의 빈터를 임대,경호원들이 거주할 2층 부속건물을 증축하는 등 집수리를 모두 마친 상태다.
전씨 사저는 전씨가 88년 11월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통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가 백담사에서 돌아온뒤 이렇다할 설명없이 다시 입주해 관심거리가 됐던 연희2동 95의 4 푸른 기와지붕 2층 양옥.
당시 격렬했던 학생들의 잇따른 습격 기도 등 집앞시위는 이제 거의 사라졌으나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서울경찰청 소속 의경 1개중대로 「전담반」을 편성,24시간 상주 경비중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경찰은 최근 다시 경비 근무를 강화,몇분 간격으로 순찰을 실시하고 이 일대 골목길에 10여m씩 떨어진 20여개 경비초소에서 삼엄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전직대통령 두명과 이웃하게 된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오히려 밝은 표정들.
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연희1동 2통장 박희선씨(45)는 『경찰 경비로 통행에 약간 불편은 있지만 오히려 도둑이나 강력범죄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경비 업무를 맡게될 서대문경찰서측은 「잘해야 본전」인 전직 대통령 모시기에 아무래도 부담을 느끼는 모습.
신정 연휴 기간중에도 전씨 사저에 몰려든 전·현직 각료·의원 등 지난해보다 두배이상 늘어난 6백여 거물급 하객들의 출입을 체크하느라 연휴도 없이 각별한 신경을 써야했다.
서대문경찰서 한 간부는 『경비업무의 1차책임을 지고있는 입장에서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두 분을 편안히 모시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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