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이 더 큰 「일 플루토늄」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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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t 값은 13억엔 운송비 278억엔/“정말 순수발전용이냐”의구심/추출해준 불 장삿속도 비난받아 마땅
프랑스 핵재처리공장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1t을 싣고 온 아카쓰키호가 5일 아침 일본 이바라키(자성)현 도카이(동해)항에 도착했다. 지난해 11월7일 프랑스를 출발한지 1백35일만이다.
이날 도카이항 주변 해상에는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69척과 항공기 5대가 출동,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상 최대의 삼엄한 경계를 폈다. 육상에선 경찰 약2천명이 시위 등 불상사에 대비했다.
한편 4일 밤 도카이항 북측 해안에서 텐트를 치고 철야농성을 벌인 시민그룹 2백여명은 5일 아침 플루토늄이 도착하자 반대시위를 벌였다. 현장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는 11개 외국언론사를 포함,3백50여명의 보도관계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번 플루토늄 수송에는 막대한 수송비가 들어 일본이 과연 원전발전만을 위해 플루토늄을 도입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영국에서 들여온 운반선의 개조비 14억엔,월 용선료 1억6천만엔으로 수송관련비가 무려 63억엔이나 들어갔다. 또 이번 수송을 호송하기 위해 건조된 호송선 시키시마호 건조비가 2백3억엔이나 드는 등 전체경비는 무려 2백78억엔이나 소요됐다. 플루토늄 1t 가격이 13억엔인데 비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일본은 플루토늄 도입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원 다변화에 노력해온 일본은 값싼 플루토늄을 원료로 하는 고속증식로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원자로의 주원료인 우라늄은 값이 비싼데 비해 플루토늄은 우라늄보다 안정성은 뒤지지만 값이 훨씬 저렴했고,연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재생되기 때문에 매우 경제적인 연료로 관심을 끌었다.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필요한 90t의 플루토늄중 30t을 수입할 계획이며,나머지는 앞으로 건설될 핵재처리 공장에서 직접 재처리해 쓸 작정이다.
일본은 아직 본격적인 핵재처리 공장이 없기 때문에 핵물질의 재처리를 프랑스에 의뢰하고 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핵발전의 위험이 광범위하게 인식되면서 우라늄값도 폭락,프랑스가 고속증식로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정책이 바뀌었다. 고속증식로 건설을 추진하던 독일도 이를 포기했다. 따라서 일본은 비핵보유국중 플루토늄을 보유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일본의 이같은 정책은 다른나라들로 하여금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갖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재처리시설 건설을 핵개발 의도로 볼 수 있듯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 및 핵재처리시설 건설도 잠재적 핵개발 의도로 간주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가 장삿속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주고,미국은 일본의 핵재처리시설 건설을 허용하고 있는 점도 함께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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