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꽃가루 알레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방에서 활동중인 30대 후반의 여성성악가가 심각한 표정으로 병원에 왔다. 5년전 9월초 감기에 걸렸는데 두 달간 지속됐으며, 3년전부터는 점차 이 증세가 봄에도 나타나면서 이제는 7월 장마기간만 편안하고 매년 2월부터 이같은 증상이 시작돼 11월말까지 계속된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이제 이 법을 고치지 못하면 성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 증상은 양쪽 눈이 빨갛게 충혈 돼 가렵고 시며 눈물이 나고 재채기가 심한데 물 같은 맑은 콧물이 줄줄 나와 휴지를 아침시간에 한 통을 다 써버릴 정도며 코도 막혀 코맹맹이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금년부터는 기침도 나는데 가래까지 올라오고 더욱이 목소리도 예쁜 소프라노가 탁한 소리로 변해 고음도 못 낼 지경이라고 했다.
증상을 들어보니 알레르기에 의한 것임을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진찰과 몇 가지 검사를 통해 확인한 후 원인을 찾기 위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했더니 초봄에 나타나는 오리나무 꽃가루, 늦봄에 피는 참나무·각종 풀 꽃가루와 민들레·쑥·국화·돼지풀 꽃가루에 아주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 환자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별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꽃가루에 의해 각종 증상이 연이어 발생하고 지속되는 것으로 진단됐다. 그후 환자는 항 알레르기 약제 투여로 완쾌됐으며, 금년 가을은 거의 증상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꽃가루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눈·코·목에만 알레르기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지만 종종 기관지 증상 즉, 심한 기침과 가래를 뱉어내는 기관지염, 기침과 숨찬 증상을 보이는 천식으로 진행된 예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증상은 주로 8월 중순부터 9월말까지 꽃이 피고 들과 산에 자생하며 우리가 흔히 약용 또는 식용으로 이용하는 쑥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꽃가루 병은 항 알레르기 약에 투여로 잘 조절되며 심한 증상을 보이면 면역치료를 시행한다. 【홍천수<연세대 의대 교수·내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