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정권말 산업정책/「친소관계」따라 특정기업 봐주기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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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잠실부지 「교통난 유발」무시 롯데/부도위기에도 증자지원 미뤄 극동/산정심 결정 「연내합병」연기 대우
정권말기에 정부의 대기업 관련 조치들 가운데 특혜논란 소지의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가 하면 해야할 결정을 미루는 등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부지 분할매각 허용조치와 대우조선·중공업 합병건은 정권말기에 이르러 원칙을 깨면서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문을 사고있다.
이에 비해 극동정유 증자지원건은 최대주주인 현대그룹에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 때문에 경영난 타개에 시급한 문제인데도 거듭 미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산업정책의 방황이 만일 통치권자나 차기 대통령 당선자와 특정기업의 친소관계 때문에 빚어지는 것이라면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원칙의 회복」을 희망하고 있다.
◇롯데땅=감정가격만 9천9백70억원에 이르는 2만6천여평의 롯데땅이 28일의 「5·8부동산대책」관계장관 회의에서 롯데 요청대로 분할매각 결정된 것은 이 땅의 처리에서 교통유발 요인을 최대의 규제명분으로 삼아온 정부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 땅에 롯데가 제2롯데월드를 짓겠다며 네차례에 걸쳐 냈던 사업신청을 잠실 주변 최악의 교통난 유발을 이유로 반려했었다.
세차례의 유찰로 땅값이 형편없이 떨어지자 롯데측이 요청해온 분할매각 역시 같은 이유로 거부해 왔었다. 땅을 쪼개서 팔면 인구가 더 몰리는 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분할매각을 허용하면 땅의 처분가능성은 높아지며 땅값 재감정으로 공매가격이 거의 시가(1조원대)에 가까워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번 조치는 또 다른 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은 5차까지 공매를 강행했던 전례에 비추어 형평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5차공매까지 가면 값이 감정가의 절반에 그치게된다.
롯데땅은 물론 이를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판정한 5·8조치가 타당한 것이냐는 원론적인 문제를 안고있어 롯데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롯데로서는 어디까지나 사업 계속이 희망사항이지 결코 분할매각에 따른 자본이득을 기대하지도 않으려니와 실제로 득보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극동정유=정부는 12월 들어서만도 세차례의 산업정책 심의회를 열고 1조2천여억원의 누적부채로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는 극동정유의 증자지원을 통한 회생방안을 협의했으나 부처간 견해차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극동정유는 올들어 금융비용만도 1천억원이 넘는 등 벼랑에 서있어 이왕 정부가 회사 정상화에 나선 이상 지원여부를 빨리 결정해주어야 할 상황이다.
회사측은 연내에 1천억원,내년 상반기중 1천억원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고 동자부는 그 시급성을 인정해 출자대주주에 대한 자구노력 의무 면제와 세제혜택을 요청하고 있으나 재무부가 반대하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여신관리의 원칙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명분으로 들고 있으나 현대를 의심한 입장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는 실정이다.
◇대우조선=정부가 지난 89년 대우조선에 4천억원의 구제금융을 해준 조건의 하나였던 대우조선과 대우중공업의 92년내 합병의무는 지난 21일 산정심의 「94년말까지 2년 연기」로 결판나 정부입장의 일관성을 의아스럽게 만들었다. 11월까지만도 『사회에 대한 약속인만큼 반드시 연내에 합병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던게 정부의 거듭된 입장천명이었던 것이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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