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대화가 자녀 "자율" 기른다-「부모역할훈련」참가자들 문제인식 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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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주 특별한 노력과 배움 없이는 정말 좋은 부모가 되기 어려운 것일까.
「좋은 부모 지망생」들이 23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서울 역삼동의 한 사무실에서 한겨울 추운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율적 자녀 교육을 위한 효과적인 부모역할 훈련」에 열심이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운영위원장 김동렬)이 지난 1일부터 하루 4시간씩 8회에 걸쳐 열어온 이 부모교육 프로그램 참가 부부는 모두 20쌍. 좀더 민주적이고 온화한 방법으로 자녀의 자율성을 길러주면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을 익히고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평소 가족들에 대해 못마땅한 점들을 각자 적어 본 뒤, 누구의 입장에서 왜 싫어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눴다. 한 부모가 『뒈졌다』는 식의 상스런 표현을 쓰는 자녀를 걱정하자, 부모가 항상 말조심해야 한다는 등의 토론을 벌이다 『너는 나뿐 놈이야』라는 식으로 꾸짖어봤자 버릇은 못 고친 채 죄책감만 갖게 하므로 자녀와 항상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 부모가 넌지시 자녀의 잘못을 일깨우기만 하고 자녀 스스로 반성하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란 결론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또 종교·혼전 성 관계·국제결혼 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사람들끼리 짝지어 앉아 상대방을 설득해 본 뒤, 그것이 왜 잘 안 되는지를 다함께 분석해보는 등의 바람직한 대화 방법을 익혔다.
이 모임을 이끌어온 이재택씨(40)는 『좀더 나은 부모역할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라 쩔쩔 매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대화방법을 익혀 가족간의 문제나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오히려 인격적 성장과 가족단란의 계기로 삼게끔 하는 것이 이 부모교육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너는…해야돼』『네가 왜 틀렸냐하면…』『너는 게을러서…』『이 못난아』『만약…하지 않으면…』등 평소 무심코 쓰던 말들이 좋은 인간관계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었는지를 깨닫기만 해도 대화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경찰관이라는 직업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틈을 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온 김병기씨(34)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녀와의 「대화」에 그저 관심을 갖는데 그치지 않고 표현방법·대화환경 등에도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되니까 학교에 대한 이야기조차 잘 안 하던 여덟 살 짜리 아들이 제법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해 정말 기쁘다』고 말한다.
그는 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에도 전 같으면 짜증스럽게 불평했을만한 일에 대해서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되니까 좀처럼 못 고치던 나쁜 습관도 어느덧 고쳐지는 등 여러모로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좀더 나은 가정생활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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