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영·스카이다이빙·승마 등 모드 "일가견"|50평생 안 해본 운동 없죠|내년 네번째 히말라야 도전 마취 전문의 조경행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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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취 전문의 조경행씨(53·서울 청구성심병원)는 「지나치게」운동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연구대상(?)이 될만한 사람이다.
수술장 옆에 보디빌딩 기구를 마련해 놓고 하루 30∼40분은 「들었다 놓아야」직성이 물린다는 조씨.
등산·수영·스킨스쿠버·스카이다이빙·승마·테니스·보디빌딩 등 운동이라면 메뉴를 가리지 않는다는 그는 각 분야에 꽤 그럴듯한 기록 내지 이력을 갖고있다.
서울 양정중학 2학년 때부터 「여름수영」·「겨울동산」을 프로인양 즐겨온 그는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경제적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의사가 됐다고 할만큼 일찍이 운동에 미쳐(?)있었다.
조씨는 또 중3, 고l 때는 배영으로 동아수영대회·전국체전학생부를 석권하고, 고교시절 한국산악회 주최의 약식 크로스컨트리에서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을 만큼 운동감각도 타고났다.
59년 수도의대(현 고대의대)에 입학한 조씨는 1년도 채 못 다니고 휴학계를 냈다.
의대가 체질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대학입학 전부터 해외원정등반을 꿈꿔왔고 이런 그에게 학업은 원정준비의 장애물이었던 셈이다.
조씨는 휴학이후 1년여의 준비기간 중 아르바이트로 자금도 마련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인수봉에 오르면서 체력도 다졌다.
대만의 옥산원정을 결행한 것은 61년 여름이었다. 군대도 안간 학생신분으로 당시 까다롭던 출국절차를 통과한 그는 밀가루수송용 해군함정에 몸을 싣고 대만에 안착할 수 있었다.
옥산은 전문 등반인에게 난코스는 아니어서 그는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 후 의대 본과에 전학한 그는 서둘러 산악부를 만들고 회장을 지냈다.
빡빡한 수업으로 짜인 의대 본과 시절 조씨는 설악산·지리산등을 수차례 등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해외원정등반 대신 그는 스킨스쿠버·스카이다이빙을 배우러 1개월간 김포 제1공수여단 등에 입소함으로써 근질근질한 몸을 달랬다.
『위험한 운동을 워낙 즐기다보니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휴학하지 않고 열심히 학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님들은 내심 만족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탈없이 마치는가 했던 대학생활은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67년초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졸업식이 열리던 날 조씨는 부모·친지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당시 한국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한 일본대학 산악부 팀과 제주 한라산등반을 떠나버린 것이다. 『명색이 의대졸업이라고 일가친척 다 모였는데 정작 주인공이 사라져버렸으니 난리였겠지요. 며칠 후 집에 돌아와 아버님께 야단 많이 맞았습니다.』
조씨는 이때 해프닝으로 단 한 장의 졸업사진도 없다.
운동 좋아하는 조씨에게 군복무는 갑갑한 것이었다.
준 전방근무 때 경기 화악산(1천4백68m)을 오르락내리락 한 것 말고는 화끈하게 몸 한번 풀지 못한채 군 생활을 마쳤다고 한다.
제대 후 경희대의대에서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밟으면서도 그의 관심의 초점은 『어떤 진료과목을 택해야 운동할 시간이 많이 날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조씨는 그러나 『마취를 전공한 것은 지금 생각해보니 썩 잘된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개업보다는 종합병원 등에 근무해야하다 보니 해외원정등반이라도 떠날라치면 병원 측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옹색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79년 현재의 병원에 마취과장으로 취직한 후 조씨는 지금까지 가족들과 휴가다운 휴가 한번 즐기지 못했다.
2∼3년 휴가를 모아 해외원정등반을 떠나다 보니 정작 가족과는 같이 있을 수 없었다는 것.
조씨는 86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 5천6백m 베이스 캠프에까지 등반한 것을 비롯, 89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티베트를 네팔 쪽에서 걸어 입경하는 등 히말라야를 3회 등반했다.
그는 이런 연유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유명산악인 70여명으로 조직된 한국 히말라얀 클럽부회장을 맡고 있다.
91, 92년에는 거푸 스리랑카를 방문해 시그리야 고원을 원정하기도 했다.
조씨는 내년 3월 다시 히말라야를 중국 쪽에서 넘는 등반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휴일이면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어가며 하루 종일 테니스를 즐길 만큼 탄탄한 기초체력을 가진 조씨는 히말라야 원정에 대비해 곧 체계적인 몸 만들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운동 좋아하는 덕분인지 50평생 조퇴 한번 한적 없다』는 그는 담배·술은 입에도 못 댄다.
그의 건강유지 비결은 세끼 식사 규칙적으로 하고 운동을 빠뜨리지 않는 것.
조씨는 『운동 열심히 하고 직장일 충실히 하는 것이 내 삶의 원칙』이라고 명료하게 말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부인 손영준씨(48)와 상명여대 성악과에 재학중인 딸 때문에 최근 오디오 쪽에도 광적 취미를 보이기 시작한 그는 웬만한 집 한채 값쯤 나가는 오디오와 4천여장의 음반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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