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노총 위원장 부른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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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4시 이용득(사진) 한국노총 위원장이 청와대 비서동 강당에서 비서관 100여 명을 앞에 두고 한 시간 동안 강연을 했다. 주제는 '노사 상생을 위한 새로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 확립'이었다. 노동계 수장이 청와대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날 강연은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달 초 강순희 청와대 노동비서관이 이 위원장에게 "청와대도 앞으로 지향해야 할 올바른 노사관계의 길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강연을 듣고 싶다"고 부탁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도 받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노동절(5월 1일)을 앞 둔 4월 29일에도 이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30여 분 동안 오찬을 겸해 환담을 나눴다. 당시 노 대통령은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사발전재단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가는 방향이 좋다. 최대한 돕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의식한 듯 "농민에 대한 지원책이 많이 있었는데 지원금이 모래밭에 흩뿌려지고, 제대로 안 쓰인다는 얘기가 많다"며 "노사발전재단은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시범사업부터 잘해 보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한국노총 환대는 민주노총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 싸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이용득 위원장이 청와대 강연을 하기 전날 연 "반FTA 총력투쟁'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정부는 우리에게 감정적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6일 노 대통령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노 대통령은 나를 보자마자 '민주노총에는 감정이 많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정규직 노조가 배치전환을 반대하는 등 산업현장에서 경직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노조의 이기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정부 각 부처는 이용득 위원장에게 강의를 요청하고 있다. 기획예산처(7월 3일), 건설교통부(7월 4일), 노동부(미정)에서는 장관 이하 전 직원을 상대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도 이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총에서 강연한 데 이어 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이 위원장에게 강연을 요청했다.

김기찬 기자

◆한국노총=국내 최대 노동 단체다. 1946년 3월 10일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으로 발족했다. 이후 54년 대한노총, 60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으로 개칭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사 상생과 사회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2005년 말 현재 3589개 노조, 77만572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민주노총=90년 1월 결성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와 전국업종노동조합회의(업종회의), 93년 결성된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가 주축이 돼 95년 10월 창립됐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4사, 철도, 항공조종사, 발전노조 파업 등 굵직한 쟁의행위로 노동계의 강성투쟁을 이끌었다. 2005년 말 현재 1205개 노조, 64만2053명이 가입해 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제21대)

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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