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츠펀드 '시련의 계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불과 수개월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던 해외리츠펀드가 추락하고 있다. 전세계적 금리인상 때문이다. 리츠펀드는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료와 매각차익을 얻는 '리츠(REITs)'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의 일종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리츠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3.59%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8.67%, 해외주식펀드도 4.41%를 기록했다. 해외리츠펀드는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후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계속 상승한 반면, 해외리츠펀드는 거꾸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리츠펀드의 수익률 급락이 눈에 띈다. 한화투신운용의 'Japan리츠재간접1'은 1개월 수익률 -9.2%를 기록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설정액 50억원 이상 리츠펀드 중 꼴찌기록이다. 이 때문에 리츠펀드로 몰려들던 돈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리츠펀드의 총 설정액은 이달초 6조원을 넘긴 뒤 환매가 일어나면서 오히려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수익률 하락 '주범'은 금리=리츠펀드에 영향을 주는 2대 요소를 꼽으라면 금리와 부동산이다.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금리다. 이달 초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 움직임이 유럽을 돌아 전세계로 퍼졌다.

특히 일본은 이달 들어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0.27%포인트 뛴 1.97%까지 올랐다. 절대금리가 낮은 일본으로서는 급격한 금리상승이다. 금리가 오르면 리츠회사의 차입비용이 늘어나고, 기업도 긴축에 들어가면서 임대료가 단기적으로 내려간다. 리츠 수익률이 떨어지는 원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리츠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높지 않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금리가 오르면 리츠회사의 차입금이 오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임대료도 오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부정적 요소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츠는 안정적?=전문가들은 리츠가 주식보다 안전한 투자대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장기 수익률과 변동성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리츠펀드 수익률이 급락한 것을 보면 안정적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리츠는 부동산의 속성도 있지만, 상장되기 때문에 주식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 부동산의 속성이 강조될 때는 '안전하다'는 말이 어울리지만, 최근처럼 주식의 속성이 강조될 때는 주식과 유사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한다.

한화투신운용 대안투자팀 박준우 과장은 "지난해까지 리츠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에 최근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수익률이 반대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일본리츠펀드의 최근 수익률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같은 이유다. 일본 리츠지수 상승률은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31%를 기록,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박 과장은 "향후 2~3개월은 조정장이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장기전망은 여전히 긍적적"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