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다시 봤다, TG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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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훨씬 잘 나가네요. 애들이 정말 왜 그러지?"

프로농구 TG 삼보의 최형길 단장은 29일 구단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다가 주위에서 "요즘 TG 삼보가 너무 잘 한다"고 칭찬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정직한 말이다.

비록 지난 시즌 우승팀이긴 하지만 TG 삼보가 올 시즌에도 3라운드 막판까지 선두를 달릴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그러나 TG 삼보는 29일 현재 공동 2위 KCC.오리온스와의 승차를 무려 네 게임으로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비결이 뭘까.

◇코드명 '스피드'=올 시즌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는 높이.힘보다는 스피드와 기술이 돋보인다. 결국 빠르고 기동력 있는 팀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TG 삼보의 행운은 기교파인 리온 데릭스와 앤트완 홀이 있을 때 신기성이 상무에서 제대했다는 점이다. 신기성은 누구보다 빠른 사나이다. 그의 스피드는 순간동작이 빠른 김승현(오리온스)의 그것과 확연히 구분된다.

◇'수륙 양용' 양경민=양경민은 28일 KCC전에서 무려 여덟개의 3점슛을 명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는 상대 포워드인 조성원과 석명준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용산고 시절까지 센터로 활약하다 중앙대 진학 이후 포워드로 전향한 양경민은 골밑과 외곽에서 모두 공격과 수비를 할 수 있다. 큰 경기에 강한 특징이 라이벌전이나 상위 팀과의 경기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김주성 효과'=토종 빅맨 김주성의 팀 공헌도는 높다. 국내 선수 최초로 슛블록 1위를 노리는 김주성은 상대팀 가드.포워드의 골밑 침투와 레이업을 효과적으로 견제한다. 드라이브인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므로 TG 삼보는 바스켓 주변의 수비 조직력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김주성은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 직접 드리블, 속공까지 완성할 수 있는 스피드의 소유자다.

◇끈끈한 유대=TG 삼보를 꿰뚫는 코드는 대략 세가지다. 용산고.중앙대.고려대 학맥이다. 최형길 단장-전창진 감독-허재-양경민은 용산고, 전창진 감독-정한신 코치-신기성은 고려대, 허재-양경민-신종석-김주성은 중앙대 출신으로 끈끈한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팀워크는 TG 삼보의 최대 강점이다.

◇우리는 챔피언=전창진 감독은 "갈 데까지 가 보자"는 말을 주문처럼 되뇐다. 김주성.양경민.신기성 등 기간 전력이 부상 등으로 무너지지 않는 한 정규 리그 우승까지 노릴 만하다는 판단이다. 승부의 갈림길마다 허재가 나서야 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저항력까지 확보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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