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선거 한달 앞두고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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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참의원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빨간 불이 켜졌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내분을 초래할 정도의 리더십 부재로 도중하차했던 2001년 모리 요시로 총리 시절을 연상케 한다. 이대로라면 참의원에서 여대야소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자민당이 큰 격차로 질 경우엔 아베 인책론까지 대두될 상황이다.

◆ 아베 지지율 바닥=25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정권 출범 초기 기록했던 71%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정권 초기 17% 수준에서 52%로 올라갔다. 다른 신문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아베 내각의 인기가 취임 초부터 떨어진 것은 정치자금 문제와 각료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계속 이어지면서 '함량 미달'이란 불안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지난달 현역 각료의 자살은 정권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가했다. 여기에다 결정타로 터진 것이 지난달 말 국회에서 밝혀진 연금 문제다.

전담 기구인 사회보험청의 관리 소홀로 5000만여 명의 납부 기록이 사라져 버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연금을 꼬박꼬박 납부하고도 나중에 연금을 지급받을 근거가 사라진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관련 기관에는 "내 연금은 괜찮으냐"는 문의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를 폭로한 민주당은 '공중에 뜬 연금'을 선거 쟁점으로 삼을 기세다. 공교롭게도 2004년 참의원 선거 직전에도 현직 각료들의 연금 미납 사실이 발각되는 바람에 선거 결과 자민당이 민주당에 1석 뒤졌다.

◆ 얼마 차로 지느냐가 초점=정원이 242석인 참의원은 3년마다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는다.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수를 지키기 위해선 7월 선거에서 64석을 차지해야 한다. 공명당이 현 의석 13석을 지킨다고 가정하면 자민당 단독으로 51석을 획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바닥 지지율로는 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지율이 지금보다 높았던 2004년 고이즈미 정권에서의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은 49석에 그쳤다.

자민당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아베 총리는 선거일을 7월 22일에서 29일로 일주일 미루는 특단의 대응책까지 썼다. 나카가와 히데나오 간사장은 24일 "참의원 선거는 정권의 중간 평가 선거이므로 (아베 총리의) 퇴진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에 패할 경우 대두될 수 있는 총리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그러나 참의원 선거에 패배해 총리가 물러난 전례도 있다. 1998년 44석 획득에 그친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와 89년 36석에 그친 우노 총리는 스스로 퇴진을 선택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만약 자민당이 40석 안팎에 머물 경우에는 총리가 퇴진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번 선거가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는 이기느냐, 지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지더라도 얼마나 근소하게 지느냐가 관건이란 얘기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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