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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국회서 꼭 통과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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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약 두달 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비롯한 사법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우리 사법제도와 문화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그러나 사법개혁 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넘어 우려를 낳고 있다.

1995년부터 논의돼 온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현재의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일회성 시험이 아닌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함으로써 법조문에 갇힌 편협한 법률가 대신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특화된 전문법조인을 양성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고시 제도를 통해서는 양성하기 힘든 통상 전공 국제법 전문가나 정보통신(IT) 전공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전문대학원 시스템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시대적 요청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제도로 미국에서는 이미 정착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의학과 경영학 분야에서 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은 한국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해 설립되면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분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국가적 최대 현안의 하나인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데도 매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관련한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법학전문대학원의 입법은 무산되고 말았다.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2004년부터 국·공립 12개, 사립 28개 등 전국의 40개 대학이 인가 기준에 맞는 시설과 교육 기자재를 마련하고자 다른 학문 영역에 큰 부담을 주면서도 2000여 억원을 투입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요원 설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또 다른 학과의 TO를 회수해 전임 교수와 법조 실무가 출신 교수를 대거 충원해야 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이 늦어짐에 따라 이들 대학들의 재정적 고통과 교과 운영 부담이 심각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과 법대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생들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선진국들은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법률가를 양성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은 특정 대학이나 집단의 이해 관계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필수 요건이다. 지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완료에서 보듯이 법률시장 개방과 더불어 특화된 법률 서비스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될 국제 로펌에 맞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과 실무 연수를 거친 뛰어난 법률가를 양성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 방안이 법학전문대학원이다.

정치적인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이번 6월 임시국회는 법학전문대학원의 2009년 개교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국회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법학전문대학원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도 법안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노동일 경북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