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주가조작 시비/증안기금 천억 돌연 매수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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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특정후보 고려 악재 제거의혹
투표를 하루 앞둔 17일 증시안정기금이 시장에 개입해 주식을 대량 사들이고 증권전산이 돌연 고장나 특정후보지원을 고려,선거악재를 제거하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증안기금은 이날 오름세로 출발했던 주가가 김영삼후보가 오후 2시15분 거래소를 방문한뒤 후장 후반들어 내림세로 돌아서자 마감 10분전인 오후 3시10분부터 개입하기 시작,무려 1천억원어치의 매수주문을 내 이중 7백25억원어치를 체결시켰다.
국민·금융·대형 제조주 등 주가에 영향이 큰 종목들을 전날보다 3백∼4백원씩 높은 가격으로 집중 매입했는데 이 바람에 주가는 결국 전날보다 6포인트이상 오른 상태로 마감됐다.
증안기금이 주식을 산 것은 지난 10월 7일이후 70일만에 처음으로 이날 주문·체결량은 올들어 최대규모다.
당국의 증시부양조치에 따라 90년 5월 증권·보험·상장사들이 출연,설립됐던 증안기금은 이미 4조원 가까이를 주식매수에 소진해 남은 기금이 6천억원에 불과한 상태. 이 때문에 주가가 폭락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장에 개입한 것이 더욱 이례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증안기금은 지난 3·24총선때도 1주일전부터 하루 2백억∼3백억원어치씩 사들여 주목을 받았었다.
한편 후장마감 5분을 남기고 주식 매수·매도주문을 처리하는 증권전산의 중앙컴퓨터가 고장나 30분간 마감이 지연되기도 했다.
증권전산이 고장난 것은 올들어 18번째로 10월21일 이후 처음인데 투자자들사이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니까 일부러 고장낸뒤 주가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증권전산은 이에 대해 『중앙컴퓨터의 전원공급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절대 고의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증안기금은 한편 『선거후 투자심리안정을 위해서는 이날 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지 외부의 지시는 없었다』며 『지난 90년 김대중 당시 평민당총재의 방문때는 이날보다 더 많은 9백99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체결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은행·투신 등 기관투자가들도 이날 내다판 것보다 사들인 주식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재무부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금리·여신관리문제 등을 거론한 것도 마침 투표일 직전이라는데서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종목별로는 이날 현대계열주식은 약세,금호·미원 등 호남연고기업 주식은 강세를 보였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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